하도급사 임의로 ‘스크루잭’ 제거
시공사, CCTV 찍혀도 파악 못해
도로공사는 법령 위반 작업 승인
국토부 “시공사 영업정지 고려”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안성 고속도로 교각 붕괴’ 현장에서 28일 경찰과 국과수, 산업안전공단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5.02.28 공동취재
올해 2월 근로자 4명이 숨진 세종포천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가 현장 작업을 편하고 빠르게 하려다 벌어진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하도급사는 교량 설치에 필수적인 안전장치를 임의로 제거했고 원도급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발주청인 한국도로공사는 안전 기준에 맞지 않는 시공계획을 받고도 이를 승인했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세종포천고속도로 청용천교 붕괴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도급사인 장헌산업이 275m 길이 청용천교를 짓기 위해 교량의 바닥판 대들보 역할을 하는 구조물인 ‘거더’를 나르다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주요 원인은 거더를 지지하는 안전장치인 ‘스크루 잭’ 임의 제거였다. 거더는 알파벳 대문자 ‘I’ 모양으로 생겨 위에서 누르는 힘은 잘 버티지만 옆에서 미는 힘에는 약해 쓰러지기 쉽다. 이 때문에 거더를 스크루 잭 위에 놓아 균형을 맞춘 뒤 거더 사이에 콘크리트 가로보를 연결하는 ‘안정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작업 편의를 위해 거더가 안정화되기 전 120개 스크루 잭 중 72개를 임의로 제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더가 넘어지지 않도록 앵커 철근에 묶는 와이어도 제거했다. 하지만 현장을 관리할 의무가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은 폐쇄회로(CC)TV 등에 이를 제거하는 모습이 찍혔는데도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
거더를 나르는 장비인 ‘런처’ 역시 안전기준에 맞지 않게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고 현장에서 사용된 런처는 전진 작업만 가능하다. 후진 작업을 하려면 런처를 해체한 뒤 재조립해야 하는데, 이를 생략한 채 후진을 하다 사고가 난 것이다.
발주청인 도로공사는 안전관리계획서에 런처 후진 작업을 하겠다는 법령에 벗어난 내용이 있었는데도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 여기에 더해 작업일지상 운전자는 작업 중 다른 크레인 조종을 위해 현장을 이탈했고 현장소장은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현장에서는 불법 하도급 등 14건의 추가 위반사항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해 “직권처분을 통한 영업정지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하도급사와 시공사, 발주청이 모두 안전관리에 소홀해 발생한 인재라고 진단했다. 함인선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는 “안전 규정을 무시하는 관행을 바로잡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조위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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