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 도움 되고 싶다” 65세 가장 장기기증으로 4명에 새 생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0일 0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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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IMF로 부도를 겪고도 강한 책임감과 가족들을 위한 헌신으로 재기에 성공했던 65세 가장이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7월 13일 서울의료원에서 홍승제 씨(65)가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고 20일 밝혔다.

홍 씨는 7월 2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력사무소에서 배정된 인원들의 작업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둘러보던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홍 씨는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되고 말았다.

홍 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내가 떠날 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벌어놓은 자산도 기부하고, 내 몸도 아픈 사람들을 위해서 쓰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가족들은 홍 씨가 늘 어려운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아왔기에 마지막 순간도 좋은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고, 홍 씨는 뇌사장기기증으로 폐장,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4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마산에서 3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난 홍 씨는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설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사 후 건설사업을 운영했다. 이후 IMF로 부도를 겪기도 했지만 힘든 시간 속에서도 강한 책임감과 가족들을 위한 헌신으로 재기해 인력사무소를 운영했다.

홍 씨는 어린 시절 투포환 선수를 할 정도로 강한 체력을 가졌지만, 아들이 군대를 가거나 공부를 위해 해외로 나갈 때 눈물을 흘리는 감성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보이면 늘 먼저 다가가고, 연말에는 남몰래 어려운 가정이나 보육원에 금액과 물품을 전달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홍 씨의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지는데, 이제는 볼 수 없다니 믿어지지 않네요. 하늘나라에서는 마음 편히 잘 지내시고, 아버지가 보여주신 삶을 본받아서 사회에 빛과 기둥이 될 수 있도록 살아갈게요. 아버지, 너무나 사랑합니다”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홍승제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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