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지원 끊기자…“지들끼리 짜고 나를 함정에” 망상
주거지 실험·운전연습, 1년여 간 치밀하게 계획해 범행
사제 총기 살해 사건 피의자 A 씨(62·남)가 지난달 30일 오전 인천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5.7.30/뉴스1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에서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한 60대 남성이 전처와 아들로부터 매달 640만 원 생활비를 중복 지급받다가 끊기자 망상에 빠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는 총에 맞은 아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데도 사제총기를 추가 격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뉴스1이 국민의힘 주진우 국회의원실로부터 받은 인천 송도 사제총기 공소장을 보면, 살인과 살인미수, 총포화약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A 씨(62)는 전처와 아들 B 씨(33·사망)로부터 2021년 8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약 2년가량 매달 640만 원씩 생활비를 중복 지급 받았다.
애초 A 씨는 2015년 전처와 사실혼 관계가 청산된 이후에도 일정한 직업이 없이 전처와 아들로부터 매달 약 320만 원씩 지원을 받아 유흥비·생활비로 사용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2년 동안 생활비를 중복지급받았다는 사실을 전처가 알게됐고, 이에 전처는 2023년 11월 15일부터 중복 지급된 기간 만큼 생활비 지급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A 씨는 구직활동을 하는 등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해 1월부터는 누나로부터 생활비를 차용해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다.
사제 총기 살해 사건 피의자 A 씨(62·남)가 지난달 30일 오전 인천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2025.7.30/뉴스1
이에 A 씨는 전처가 계속해서 경제적 지원을 할 것처럼 자신을 속인 뒤, 60대 노년이 된 이후 경제적 지원을 끊어 아무런 대비도 못 하게 만들었다는 망상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는 전처와 아들 B 씨가 아버지 역할만 하도록 종용하고, 실제로는 홀로 주거지에 살게 하면서 고립시켰다고 하기도 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자기)들끼리 짜고 나를 셋업 한 거지(함정에 빠뜨린 거지)”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A 씨는 지난 1998년 성범죄 사건을 저질러 이혼한 뒤, 본인의 나태함과 방탕한 생활로 생계가 어려워진 것임에도 모든 원인을 전처와 B 씨에게로 돌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전처가 사랑하는 B 씨와 그 일가를 살해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도구를 물색하던 중 건장한 성인인 B 씨를 상대로 칼을 사용하는 것은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유튜브를 통해 사제총기 관련 영상을 시청하게 됐고, 20여년 전 구입한 산탄 180여발이 창고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A 씨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사제총기 제작 도구를 구입하고 주거지에서 뇌관을 이용한 격발 실험을 하는 등 계획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어 범행을 위해서 차량이 필요하고 약 10년간 운전을 하지 않아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자 세차례 운전연습을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사건 당일인 지난해 7월 20일 오후 8시 53분쯤 자신의 생일파티를 하던 중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B 씨의 집을 빠져나와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격발장치 2정, 총열 4정, 산탄 실탄 약 15발을 챙겼다.
이후 현관 앞 복도에서 총열에 실탄을 장전하고 현관문 초인종을 눌렀고, 문을 연 아들 B 씨에게 곧바로 사제총기를 발사했다. B 씨가 벽에 기대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그 자리에서 오른쪽 가슴 부위에 사제총기를 추가로 격발했다.
ⓒ News1이어 A 씨는 B 씨 아내, B 씨 자녀 2명, 외국인 가정교사 등 총 4명을 추가로 살해하려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 현장에서 외국인 가정교사가 현관문을 통해 도주하자 그를 향해 총기를 격발했고, 며느리와 손주가 피신한 방문이 잠기지 않게 강하게 밀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또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 자택에 시너가 든 페트병·세제·우유 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를 설치해 폭발시키려고도 했다. 이는 집에 남아있던 전처와 아들의 소유물 등을 불태워 없애기 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주진우 의원은 “현장 대응이 1시간 이상 지연되면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현장지휘관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즉시 진입 기준을 명문화하고 실전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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