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매체 접목, 관객과 상호작용… ‘스펙트럴 크로싱스’ 무료 전시 중
오늘 ‘서울라이트 DDP 가을’ 개막
대만-프랑스 등 해외 예술가 참여
명동-광화문 광고판에도 작품 등장
2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관람객들이 144개의 움직이는 크리스털 구슬로 구성된 전시물 ‘스펙트럴 크로싱스(Spectral Crossings)’ 전시를 감상하고 있다.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을 연출한 세계적 작가 그룹 더 스웨이(The Sway)의 작품으로, 11월 16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6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 3층 전시관. 100평 남짓한 공간의 불이 순간적으로 꺼졌다. 관람객 10여 명이 숨을 죽이고 벽을 응시했다.
칠흑 같은 암전 속에서 천장에 설치된 레이저 포인터가 번쩍이며 빛줄기를 쏘아 올리자, 인공지능(AI)이 구현한 가상의 인물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벽면 가득 펼쳐졌다. 이어 144개의 크리스털 구슬이 매달린 스틱들이 불규칙하게 흔들리며 반짝임을 반사하며 유리 파도가 이는 듯한 장관을 만들어냈다.
● AI와 빛이 결합한 예술 실험
이 작품은 현재 DDP에서 열리고 있는 ‘스펙트럴 크로싱스(Spectral Crossings)’ 전시의 메인 설치물이다. 빛과 AI, 움직임을 결합해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시험하는 실험적 전시로, 관람객에게는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몰입적 체험을 제공한다.
전시를 본 한 시민은 “AI와 미디어 같은 첨단기술이 빛과 유리라는 전통적 소재와 어우러진 모습이 신기하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1월 16일까지 무료로 열려 시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미디어 아트는 과학기술과 매체를 접목해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예술 형태다. 이번 전시의 작가 그룹 더스웨이(The Sway)는 세계적 영화감독 장이머우와 협업했던 기술·예술 융합팀으로,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 등 대형 행사에서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서울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적 아티스트뿐 아니라 신진 작가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문화 감수성과 이해도를 높이고자 했다.
서울시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미디어 아트를 서울 전역에 확산할 계획이다. 28일에는 DDP에서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이 막을 올린다. 이번 축제는 다음 달 7일까지 열린다. 대만 아티스트 아카 창의 레이저 공연과 오프닝 퍼포먼스로 개막 분위기를 띄운다. 이어 프랑스 개념미술가 로랑 그라소 등 국내외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미디어 파사드 공연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 예정이다.
이외에도 다음 달 1일부터 19일까지는 명동 신세계스퀘어와 광화문 코리아나호텔 외벽 광고물에 국내 작가들의 미디어 아트 작품이 상영된다. 세계적 아트페어 ‘키아프(Kiaf)’와 협력해 기획된 전시로, 일상 공간 속에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미디어 아트를 접할 수 있도록 꾸몄다.
● 청년 예술가 지원 확대… 오픈AI와 협력
서울시는 청년 미디어 아티스트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최근 한국 지사를 설립한 오픈AI(OpenAI)와 손잡고 차세대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전시 기회 확대, 지원금 제공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신진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시민들이 다양한 예술과 첨단기술이 어우러진 작품을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문화 감수성과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며 “예술 생태계의 성장과 시민 문화 향유 기회의 확대라는 공공적 가치를 함께 지향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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