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하반기 철거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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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강남 개발로 철거민 모여
30년 넘게 빈부격차 상징 공간으로
수용절차 완료, 아파트 단지 들어서

서울 강남 한복판에 남아 있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이 약 2년 만에 보상과 수용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개발 단계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27일 구룡마을의 토지와 가옥 소유권이 모두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로 이전 완료됐다고 밝혔다.

구룡마을은 1980년대 후반 서울 강남 개발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이 모여 형성한 무허가 촌락이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대규모 정비 사업이 진행되면서 이주민들이 흩어져 들어와 마을이 만들어졌다. 비닐하우스와 판잣집이 다닥다닥 들어서면서 ‘서울 최대 판자촌’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불과 수백 m 떨어진 초고층 아파트 단지와 대조를 이루며 30년 넘게 강남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해 왔다.

서울시는 2012년 구룡마을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며 개발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하지만 주민 보상 문제와 개발 방식에 대한 이견이 이어지면서 사업은 번번이 지연됐다. 그러다 2023년 보상 계획이 공식 발표된 뒤 세 차례에 걸친 보상 협의와 감정평가가 진행됐다. 전체 토지와 건물 대부분은 협의를 통해 매입됐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일부는 법적 수용 절차를 통해 정리됐다.

앞으로 구룡마을 자리에는 약 3800채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대모산, 구룡산 등 주변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친환경 주거단지를 목표로 한다.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 600채, 초등학교 1곳, 공원과 주민 편의시설도 함께 조성된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빈집 철거를 시작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공공주택 건설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완공 목표 시점은 2029년으로, 사업 시행은 SH가 맡는다.

김창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구룡마을은 오랫동안 서울 강남의 그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친환경 주거단지로 새롭게 탈바꿈할 것”이라며 “남은 주민들이 안전하게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공공주택 건설을 착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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