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근무하기 힘들어요”…공무원 전출 사직으로 행정 인력난 신안군

  • 동아일보

“얼마 전 공무원 임용시험을 통해 채용된 3명이 섬으로 발령 나자마자 그만뒀습니다. 면담도 하고 사정도 해보지만 젊은 직원들을 붙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남 신안군 인사 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젊은 공무원들의 전출과 사직이 심각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양한 복지 혜택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이들이 많아 인력난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남 신안군 압해도에 위치한 신안군청 전경. 섬으로 구성된 신안군은 공무원 전출과 퇴직이 잇따르며 행정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안군 제공
● 5년간 공무원 80명 떠나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에서 공무원들의 전출과 퇴직이 잇따르면서 행정 공백이 심각해지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섬에서 생활하거나 장시간 배를 타고 출퇴근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공무원들이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신안군에 따르면 2020년부터 최근까지 5년간 공무원들의 사직과 타 기관 전출은 총 80명에 달한다. 신안군에 근무하다 타 지자체 임용이나 취업 시험 등을 이유로 사직한 인원이 42명, 전출자는 38명으로 집계됐다. 성별로 보면 90% 이상이 여성 공무원이다. 사직자 가운데 섬으로 발령받은 지 1개월 이내에 그만둔 인원도 15명에 이른다.

신안군은 기간제 근로자 채용으로 업무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지만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안군은 올해에만 158건의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를 냈지만, 63건은 1명만 지원했거나 지원자가 없어 재공고를 반복했다. 환경미화, 산불감시, 행정보조 등 분야에서 인력 수급이 막히자 60~70대 주민들이 도로 정비와 청소 업무를 맡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기간제 근로자 채용이 어려워 읍사무소에서 73세 노인이 3년째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유인도 77개, 무인도 951개 등 총 1028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14개 읍·면 가운데 압해읍·지도읍·증도면 등 8개 섬만 연륙교로 육지와 연결돼 있고, 나머지 6개 면은 배를 이용해야 한다. 신안군 본청과 직속기관, 읍·면 등 총 778명(정원 818명)의 공무원 중 배를 타고 출근하는 공무원은 180명이다. 섬 특성상 기상이 수시로 바뀌고 배편이 끊기는 일이 잦아 출장이나 개인 용무를 위해 육지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의료시설도 열악해 응급 상황에 취약하다. 이렇다 보니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문화생활을 누리기도 힘들다. 특히 자녀 교육에 큰 지장이 따른다.

● 근무수당 현실화 등 대책 시급

신안군은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감안해 직원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하루 2시간의 육아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대상을 ‘만 5세 이하 자녀’에서 ‘초등학교 6학년 자녀’까지 확대했다. 임신부 공무원은 모성보호 특별 휴가를 통해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읍·면사무소 근무자에게는 관사를 제공하고 월세도 지원한다. 그러나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전출을 희망하는 공무원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신안군은 공무원 인력난이 지방 행정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특수지 근무수당의 현실화다. 특수지 근무수당은 지방공무원 수당 규정에 따라 지급되며, 교통이 불편하고 문화·교육 시설이 거의 없는 지역이나 근무 환경이 특수한 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에게 특지(6만 원), 갑지(5만 원), 을지(4만 원), 병지(3만 원) 등으로 구분해 지급한다. 신안군에서 특수지 근무수당을 받는 공무원은 16개 출장소의 23명에 불과하다. 문제는 특수지 근무수당이 2005년 이후 10년 넘게 인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공무원들은 자녀 학습 환경 조성을 가장 큰 바람으로 꼽는다. 신안군 여성 공무원 43명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 여성 공무원은 “월요일 오후 출근, 관사 제공 등 혜택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살며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며 “섬 내 보육시설이나 방과후 학습 프로그램 등과 같은 정책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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