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으로 최악의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강릉시가 총력 대응에 나서면서 주 수원인 오봉저수지의 물 감소 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29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오봉저수지 저수량은 224만9700t, 저수율은 15.7%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저수량은 3만4400t, 저수율은 0.2%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22~28일 하루 평균 감소량(7만3000t)의 절반에도 못 미쳐, 예상보다 빠른 고갈을 늦추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강릉시는 지난 20일부터 가정 수도 계량기의 절반을 잠그는 제한급수를 실시했고, 저수율이 15% 밑으로 떨어질 경우 7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하루 7만t가량 줄던 상황을 고려하면 30일 전후로 15% 붕괴가 예상됐으나, 감소 폭이 줄며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27일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소방차 22대가 강릉시 가뭄 극복을 위한 운반급수에 투입돼 연곡정수장에서 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옮겨진 물은 강릉시민 18만 명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홍제정수장으로 보내진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감소세 둔화는 시의 전방위 대책과 시민들의 절수 노력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시는 27일부터 운반급수를 시작해 소방차·공무용 차량 31대를 투입, 연곡정수장에서 홍제정수장으로 하루 798t을 보낸다. 민간차량 36대를 더해 총 67대 급수차량으로 하루 4200t을 공급할 계획이다. 홍제정수장은 강릉 시민 18만 명(읍·면 일부 제외)에게 수돗물을 공급한다.
인접 지자체와 기관도 힘을 보탰다. 춘천시는 25일 166t, 한국도로공사는 사흘간 하루 72t, 태백시는 30일간 하루 46t을 지원하기로 했다. 홍천군도 29일부터 닷새간 하루 3대의 급수차로 75t을 공급한다.
오봉저수지 유입량 확대를 위한 조치도 진행 중이다. 강릉시는 28일부터 남대천 구산농보에 저장된 물을 2㎞ 상류의 오봉저수지로 끌어올리는 통수 작업을 시작해 하루 1만t을 확보하고 있다. 또 왕산면 도마천·왕산천 일원에 물길 터주기 공사를 추진하고, 저수지 최저 수위의 물을 활용하는 ‘사수량 확보 사업’도 병행한다.
온정의 손길도 이어졌다. 자매도시 보령시는 29일 500㎖ 생수 4만2208병을 보냈고, 강원도의회는 하루 전 2ℓ 생수 1만 병을 전달했다. 지금까지 강릉에 모인 생수는 500㎖ 78만6590병, 2ℓ 76만9010병 등 총 1260t에 이른다.
하지만 단기적 비 예보가 없어 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강릉시는 오봉저수지가 바닥나는 시점을 10월 23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주문진읍·왕산면·연곡면을 제외한 전 지역(18만 명) 단수와 함께 운반급수가 불가피하다.
28일 강릉시 안목해변의 한 카페에 ‘일회용품 사용 허용’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강릉시는 가뭄에 따른 물 절약을 위해 지난 21일부터 식품접객업소와 집단급식소의 일회용품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강릉=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세계보건기구(WHO) 기준 1인당 최소 필요 생활용수는 50ℓ다. 강릉시는 5만3730세대(3인 가구 기준)에 하루 8060t의 수돗물이 필요하다고 보고, 음용수는 1인당 2ℓ 생수로 공급할 계획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생활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시민 모두의 힘을 모아 가뭄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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