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이 되어가지고 검사들이 실제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모른 척 해서야 되겠습니까.”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29일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같은 글을 올렸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 나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검찰 개혁안에 대해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놔두면 검찰청이 간판만 갈고 수사권을 사실상 보존하는 것”이라며 “검사장 자리 늘리기 수준”이라고 주장한 직후였다. 공 검사는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과 대전지검 여조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 등을 지내는 등 주로 검찰 형사부에서 일했다.
공 검사는 임 검사장을 향해 “검사장님은 검사 생활 20년 동안 보완수사를 안해보셨는가”라며 “쓸데 없는 보완수사나 정치적 보완수사만 하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정치인들이 정략적 판단을 우선하는 것은 익히 아는 바이고, 형사절차를 접하지 못한 일반 시민들은 보완수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 생각하지만 검사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도무지 할 수 없는 말을 하셨기에 이해가 가지 않아 여쭤본다”고 했다.
공 검사는 발달 장애인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보완수사한 사례를 거론했다. 공 검사가 피해자를 직접 조사해보니 누가 봐도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이에 변호인으로부터 심리분석 자료를 추가로 제출받아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객관적 기록을 남겼다는 것이다. 공 검사는 스토킹 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보완수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협박 문자를 보낸 사실을 확인해 즉각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례도 설명했다. 공 검사는 “이틀 만에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었는데 피의자는 차에 실제로 (협박 문자에 사진으로 첨부했던) 농약과 밧줄, 낫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공 검사는 “이 사례들은 지금 검찰이 하고 있는 99%의 수사 내용”이라며 “검사가 수사를 아예 하면 안된다고 하는 건 진실 발견과 피해자 보호를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통계는 내보지 않았지만 22년 간 겪어온 감으로 검찰에 접수되는 민원의 90%는 수사를 하지말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수사를 제대로 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간단한 내용인데도 (검찰과 경찰 간) 소통이 되지 않아 (검찰의) 보완수사요구와 (경찰의) 검찰 송치가 반복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들은 검찰에서 직접 하는게 훨씬 낫다”며 “(검찰을) 이 기회에 없애버려야 한다는 것만 생각하지 마시고 검찰이 실제 하는 기능을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썼다.
공 검사는 임 검사장을 향해서도 “제발 본인을 응원하는 목소리에만 도취되지 마시고 정신을 좀 차리시기 바란다”며 “과격하고 예의가 없어 불편하다고 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둘러 말하면 늘상 그러셨던 것 같이 또 못알아들으시거나 못 들은 척 하실 것 같아 아주 직설적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임 검사장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촛불행동 등이 주최한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와 정 장관의 검찰 개혁안에 대해 “정 장관조차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에선 검찰 개혁 방안으로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행정안전부 산하에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 장관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하더라도 보완수사 기능을 폐지해야 하는데 신중해야 하고 중수청도 법무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임 검사장은 공청회에서 정 장관의 검찰 개혁안을 두고 “이진수 법무부 차관과 성상헌 검찰국장 등이 보고한 내용”이라면서 이들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찐윤’ 검사라고 하거나 ‘검찰 개혁 5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