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이던 전교생 2배로” 통영 욕지초의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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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감에 전입 지원 프로젝트
주민들 이주가정 지낼 집 찾고 수리
학교는 명품 방과후 수업-맞춤 교육
정부, 시설 대신 지역 맞춤 지원 계획

지난달 19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의 한 주택에서 욕지학교살리기 추진위원회 주민들이 도색 작업을 하고 있다. 추진위는 폐교 위기에 놓인 통영 욕지초를 살리기 위해 자녀를 동반하는 전입 가정에 집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의 혜택을 내걸고 인구 유입을 꾀하고 이있다. 통영=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지난달 19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의 한 주택에서 욕지학교살리기 추진위원회 주민들이 도색 작업을 하고 있다. 추진위는 폐교 위기에 놓인 통영 욕지초를 살리기 위해 자녀를 동반하는 전입 가정에 집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의 혜택을 내걸고 인구 유입을 꾀하고 이있다. 통영=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기적 아입니꺼. 학교 아(이)들이 열 명을 넘어가다니요.”

지난달 19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 만난 김종대 씨(73)는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욕지학교살리기 추진위원회’ 위원장이다.

육지에서 30km 떨어진 욕지도에는 초등학교 한 곳만 있어 전교생이 6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학기에 초등학생 3명과 유치원생 2명이 전학 오면서 학생 수가 11명으로 늘었다.

주민들이 힘을 모아 학교 프로그램을 만들고 주거를 지원한 결과다. 새로 이주할 가족을 위해 집을 직접 고치고, 입주 청소까지 맡았다.

● 인구 1900명 섬의 반전

욕지도 인구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 2만 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19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학생 수가 10명 밑으로 줄면서 학교는 폐교 위기까지 겪었다.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도 소멸한다”는 위기감에 주민들은 지난해 9월 추진위를 결성했다. 동문과 주민 대표, 유관 기관이 참여해 이주 상담, 멘토링, 빈집 확보, 일자리 지원 등 6개 분과를 운영하며 대책을 세웠다.

주민들은 자녀 동반 전입 가정에 3년간 집을 무상 제공하는 ‘둥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주 가정이 지낼 빈집을 찾고 리모델링하는 작업은 주민 몫이었다. 학교는 골프, 관현악기, 스노클링 같은 ‘명품 방과후’ 수업을 열었고, 교장 교감을 포함한 교사 6명이 학생과 일대일 맞춤 교육을 진행했다. 섬 홍보를 위해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이런 노력이 통영시를 움직여 시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올해 둥지 프로젝트에 8000만 원을 지원했다.

올 7월 여행을 계기로 욕지도에 정착한 허이응(38) 이은향(31) 씨 부부는 “집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도시에서나 돈을 내고 배우던 생태·예술 교육을 무료로 누릴 수 있으니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아들(6세, 5세)은 유치원에 입학했다. 이 부부의 자녀를 포함해 이번 학기 세 가구 5명의 아이가 전학했다. 김 위원장은 “개교 100년이 넘은 학교를 문 닫게 할 수 없다는 각오로 주민 모두 투사가 된 결과”라고 말했다.

지역 맞춤 프로그램으로 인구를 끌어들이고 있는 곳은 욕지도뿐만이 아니다. 강원 강릉시 성산면은 2017년 지역 숲을 살린 자연휴양림 ‘치유의 숲’을 개장해 관광지로 자리매김하며 인구 반등에 성공했다. 강릉시 전체 인구는 2013년 21만6806명에서 2023년 20만9439명으로 7367명 줄었지만, 성산면 인구는 같은 기간 3350명에서 3506명으로 156명 늘었다.

● 지방소멸대응기금, 시설 지원→SW 중심 개편

정부는 이런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일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지원 방향을 시설 위주에서 지역 맞춤형 프로그램 중심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기금은 건물이나 시설 공사에 집중돼 왔다. 실제로 올해 전체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 가운데 94.6%가 시설 공사에 쓰였다. 일회성 효과에 그쳐 인구 유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앞으로는 주택 리모델링, 마을 주치의 도입 같은 생활·복지형 사업에도 투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다. 행안부는 지난달 29일 89개 인구감소 지역과 18개 관심 지역에 신규 투자계획 작성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섬이나 지방 소도시의 주택 리모델링, 마을 주치의 도입 등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기금을 운용해 지역 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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