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탄광 개발 ‘예타’ 통과… 바이오-식품단지 속도낸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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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사업비 3579억 중 700억 지원
농공-스마트팜 단지 조성 목표
탄광박물관-추모공원 건립 건의

2023년 6월 문을 닫은 전남 화순군 동면 화순광업소.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로 화순광업소 일대에 바이오·식품 기반 농공단지와 스마트팜 단지가 조성된다. 화순군 제공
“탄광이 문을 닫을 때만 해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는데 이제야 희망이 보이네요.”

3000억 원 규모의 전남 화순군 폐광지역 개발 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면서 화순군이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국비 지원으로 폐광지역을 바이오·식품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조성하는 청사진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 3000억 원 규모 개발사업 예타 통과

화순군 ‘폐광지역 경제진흥개발사업’이 최근 정부 예타 조사를 최종 통과했다. 총 3579억 원 규모의 이 사업은 2년 전 문을 닫은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 일대에 바이오·식품 기반 농공단지와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화순군 동면 복암리에 자리한 화순광업소는 1905년 광업권 등록 이후 118년간 대한민국 석탄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에너지 산업 구조 개편과 수요 감소로 조기 폐광이 결정됐고 2023년 6월 종업식을 끝으로 긴 역사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화순군은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산업 기반 구축을 목표로 경제진흥 사업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이 사업은 2023년 12월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고 1년 8개월 동안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종합 검토를 거쳐 최종 통과됐다. 이에 따라 총사업비 3579억 원 중 700억 원이 국비로 지원될 예정이다. 화순군이 확보한 단일 국비 지원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예타 통과로 장기간 침체에 빠져 있던 폐광 지역에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와 인구 유입 기반이 마련돼 지역 소멸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화순군은 기대하고 있다. 화순군은 2028년 착공, 2031년 완공을 목표로 중앙 투자심사와 농공단지 지정 승인 등 후속 행정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다.

구복규 화순군수는 “국비 700억 원 확보는 화순 폐광지역 재편의 핵심 성과”라며 “화순이 광산 도시에서 혁신산업과 관광도시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 일자리 늘고 상권 부활 기대감

국토 서남권의 유일한 탄광이었던 화순탄광은 그동안 군민과 애환을 함께했다. 최대 호황기는 1980년대 중·후반으로, 연간 70만5000t의 무연탄을 생산했다. 한때 화순탄광의 종사자가 17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이 시기 동면의 인구가 1만 명을 넘어서며 자연스레 광업소 주변으로 상권이 형성됐다. 광부의 월급이 공직자보다 많을 정도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탄광 주변 산골 마을에 기차가 지나고 영화관, 대형 병원, 아파트가 들어설 만큼 북적였다.

118년의 역사 속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었다. 매년 압사나 갱도 붕괴 등으로 숨지는 광부가 속출했다. 그동안 238명이 화순탄광에서 목숨을 잃었다. 매년 9월 9일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합동 제사를 지내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됐다.

폐광 이후 상가 점포는 대부분 문을 닫았고 건물들은 빈 채로 방치됐다. 600여 명이 생계를 위해 떠나 현재 남아 있는 주민은 3000명이 안 된다. 지역 공동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예타 통과는 주민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박연 동면 폐광대책위원장(66·동면 번영회장)은 “스마트팜과 농공단지가 들어서면 무엇보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침체한 지역 경제도 덩달아 되살아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 위원장은 “평생 고된 채탄 작업을 통해 국가와 화순 경제에 기여한 광부들이 충분한 지원과 예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예타 통과 후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해 국립탄광박물관과 추모공원 건립을 건의했는데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화순탄광#폐광지역#농공#스마트팜#탄광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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