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 백 등을 선물 받은 뒤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3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17쪽 분량의 김 여사 공소장에 따르면 특검은 “피고인(김 여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당선에 통일교의 도움이 매우 컸으므로, 통일교와 상생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인식하에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와 접촉했다”며 이같이 공소장에 적었다. 특검은 김 여사에 대해 ‘대통령의 직무에 해당하는 각종 국정 운영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30일 먼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전화해 감사 의사를 전하며 “건진법사 전성배가 전화를 주라고 했다.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 총재님께 감사 말씀을 꼭 전해 달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도 파악해 공소장에 적시했다.
김 여사는 2022년 11월경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특정 후보 당선을 돕기 위해 통일교 교인을 당원으로 가입시켜 지지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전 씨를 통해 윤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전 씨와 윤 전 본부장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나토 해외 순방을 앞둔 시점에 명품 백 등 선물을 전달하기로 계획한 사실도 파악했다.
한편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논의는 2024년 3월부터 진행됐다”며 “그때부터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인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건희, 대통령 국정운영에 직간접 관여”… 특검, 공소장에 적시
[3대 특검 수사] 17쪽 공소장에 어떤 내용 담겼나 “金, 통일교측에 ‘대선 도와줘 고맙다… 총재님께 감사말씀 꼭 전해달라’” ‘건진과 공모, 이익 주고받기로’ 적시 인사청탁 금품 의혹 추가 기소할 듯
“선출되지도, 법에 의해 어떤 권한도 부여되지 않은 사인이 대통령실 자원을 이용해 사익을 위해 대한민국 법치 시스템을 파괴한 의혹의 실제를 밝히는 것이다.”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수사 대상과 본질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3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김 여사 공소장에는 특검의 이 같은 문제의식이 곳곳에 드러났다. 김 여사는 지난달 6일 특검에 조사받으러 나오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자신을 빗댔지만, 특검은 “전직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대통령 직무에 해당하는 각종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공소장에 못 박았다.
● “대선 도와줘 고맙다…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 돕겠다”
A4 용지 17쪽 분량의 공소장에 따르면 특검은 김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공모해 통일교와 각종 이익을 주고받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특히 김 여사가 대선 직후 “고맙다”는 인사에 이어 샤넬백을 받은 뒤에도 “정부 차원에서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두 차례나 먼저 전화해 통일교 측에 감사를 전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검은 2022년 2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통일교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면담한 게 마치 미국이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연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이 과정에 대해 김 여사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김 여사가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30일 전 씨의 요청에 따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전화해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 총재님 건강하시냐.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 달라”고 말한 게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 “건진법사와 의견 나눠달라” 창구 정해
특검은 대선 이후에도 김 여사와 전 씨를 고리로 통일교와 정권의 유착 관계가 심화됐다고 판단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었던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윤 전 대통령 라인을 구축했지만 이른바 ‘투트랙’을 만들기 위해 통일교가 고가의 명품 가방과 목걸이 등을 김 여사에게 선물했다는 것.
김 여사는 윤 전 본부장에게 “앞으로 ‘전성배 님’과 의견 나눠 달라. 많이 도와 달라”며 통일교 측의 필요한 요청에 대해선 전 씨와 논의해달라는 취지로 말하며 소통 창구를 직접 정하기도 했다.
2022년 7월 5일경 서울 송파구의 한 호텔에서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지원’ 청탁과 함께 윤 전 본부장이 전 씨에게 1271만 원 상당의 샤넬백 1개, 천수삼농축차 1개를 제공했고, 이에 대해 김 여사는 열흘 뒤 윤 전 본부장에게 전화해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후 전 씨가 2022년 7월 29일경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에서 ‘통일교 국제 행사에 교육부 장관이 예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6220만 원 상당의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1개를 제공받고, 이를 김 여사에게 전달한 사실도 파악했다.
이처럼 김 여사가 통일교 측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오다 2022년 11월경에는 국민의힘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특정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통일교 교인을 당원으로 가입시켜 지지하게 해달라는 요청도 먼저 통일교에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 ‘매관매직 의혹’ 등 추가 기소 불가피
공소장에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얽힌 공천 개입 의혹 사건도 포함됐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2021년 6월 26일부터 2022년 3월 8일까지 명 씨로부터 2억744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 58건을 제공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선 6일 전부터 공표가 금지되는 비공개 여론조사도 포함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2010년 10월 21일부터 2012년 12월 5일 사이 도이치모터스의 주가 조작 사실을 알면서도 이에 가담해 3017회의 이상 매매 주문을 제출해 8억1144만3596원의 차익을 얻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과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김 여사에게 금품을 건네고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특검은 김 여사의 혐의를 추가해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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