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23개뿐이면 ‘4세·7세 고시’라는 표현이 생겼을까…“말이 안된다”

  • 뉴시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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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교육청, 전국 유아 대상 영어학원 전수조사
반일제 이상 728개 대상…레벨테스트 시행 23곳
교습과정 중간 레벨테스트는 미포함…“입법해야”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한 어린이가 학원으로 등원하고 있다.   교육부·통계청이 13일 공개한 2024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 주요 결과를 보면 지난해 7~9월 3개월간 유아 172만1000명의 사교육비 지출 총액은 약 8154억원이었다. 1인당 월평균 지출액은 15만8000원이었다. 2025.03.13 뉴시스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한 어린이가 학원으로 등원하고 있다. 교육부·통계청이 13일 공개한 2024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 주요 결과를 보면 지난해 7~9월 3개월간 유아 172만1000명의 사교육비 지출 총액은 약 8154억원이었다. 1인당 월평균 지출액은 15만8000원이었다. 2025.03.13 뉴시스
교육부가 전국 유아 영어학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전 등급시험(레벨테스트)을 시행한 학원은 약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4세 고시’, ‘7세 고시’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전수조사가 사교육 실태를 제대로 담지 못한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유아 대상 영어학원 728개 중 레벨테스트를 시행한 학원은 23곳(서울 11곳·경기 9곳·강원 3곳)뿐이었다. 이 중 20곳은 등급 분반을 목적으로 레벨테스트를 시행했고, 선발을 목적으로 진행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사 결과와 달리 사교육 현장에는 레벨테스트 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유아 영어학원의 입학시험 응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접수를 돕는 아르바이트가 등장하고, 레벨테스트 통과를 돕는 과외나 프렙학원(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준비 학원)도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전수조사에서 레벨테스트 실태가 과소 추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3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영호 의원실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전국 반일제 이상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실태 점검한 결과, 사전 레벨테스트를 활용해 원아를 선발하는 학원은 전국 144곳으로 전체(847곳)의 17%에 달했다. 이날 교육부의 발표(선발 목적 레벨테스트 3곳)보다 48배 많은 수준이다.

또한 교육부의 전수조사에는 교습 과정 중간에 시험을 시행하는 학원 등이 포함되지 않은 만큼, 현장의 레벨테스트 문제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상진 교육의봄 교육연구팀장은 “레벨테스트를 등록 전에 보나, 후에 보나 어차피 보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등록 후에 있다 하더라도 학부모 입장에서는 준비를 해야 하고 부담이 있는 것이 맞다. 23개는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소영 사걱세 공동대표는 “최근 레벨테스트에 대해 사회적인 문제가 제기되니 출제하는 시험이 아니라 웩슬러 검사 같이 IQ 테스트를 대체해서 치르는 경우도 왕왕 있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감안한다면 23곳은 굉장히 과소 추정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유아 영어 사교육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 방식을 개선하고, 입법을 통해 레벨테스트 등 사교육 조장 행위를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팀장은 “레벨테스트뿐만 아니라 유아 영어학원의 교육과정이 적절하게 짜여 있는지, 과도하지는 않은지도 살펴야 한다”며 “실태조사와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입법의 기본이다. 교육부가 입법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더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 대표는 “명백히 반교육적이고 아동 발달을 해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 일정 부분 제어를 해줘야 한다”며 “국가가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 제정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정부 입법이라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유아교육과 교수는 “법안을 만들어도 부모의 마음을 꺾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며 부모의 인식 변화 밖에는 대책이 없다”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레벨테스트를 시행하는 학원이 23곳 집계된 것에 관해 “조사에 포함된 사항은 학원 등록 전 단계에 시험 또는 평가한 학원”이라며 “체인점인 학원이 많다고 해도 유아 대상을 중점적으로 하는 학원은 728개고, 전체 체인점이 많다고 해서 전체 학원이 다 레벨테스트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교육부는 영어학원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7세 고시’ 등 부작용 근절을 위해 필요한 입법안을 검토하고,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있는 ‘학원법’,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에 대해서 국회 법안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합동으로 점검하는 추진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사회적 부작용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만큼 교육부도 입법에 적극 참여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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