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맹점 창업비용 절반이 인테리어… 갈등 시한폭탄

  • 동아일보

코멘트

점주들 “5, 6년마다 리뉴얼 진행
강요하지 않지만 안하면 불이익”
피자가게 비극도 인테리어 갈등

3일 서울의 한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본사 임원과 인테리어 업자 등 3명을 살해한 원인이 ‘인테리어 갈등’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서울의 가맹점주들은 창업 비용의 절반가량을 인테리어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인테리어 비용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의 불씨가 남게 되는 셈이다.

4일 서울시의 ‘2024년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서울에서 가맹점 창업 비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인테리어 비용으로 45.6%다. 가맹점 창업에는 평균 1억1290만 원이 드는데 인테리어 비용만 평균 5150만 원이 지출되는 것이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3.3㎡(약 1평)당 드는 인테리어 비용이 평균 2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평당 160만 원 정도인 서비스업 대비 높은 수준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외식업계의 경우 인테리어 고급화가 마케팅의 한 요소이며 경쟁이 심한 편”이라며 “일부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 인테리어를 통해 추가적인 이익을 내려고 하는 경우가 있어 갈등이 생길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가맹점주들은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인테리어 압박’을 받는 일이 잦다고 호소한다.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5, 6년마다 본사에서 인테리어 리뉴얼을 진행한다”며 “강요하진 않지만 리뉴얼을 하지 않는 업주에 대해서는 설비 수리 등을 해주지 않는 등의 불이익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시공비는 물론 음료 진열용 냉장고 등 시설 설비의 가격도 갈수록 높아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외에도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에 불공정 거래 행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00개 가맹본부와 거래 중인 가맹점 1만2000개를 조사한 ‘가맹 분야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절반이 넘는 54.9%의 가맹점주가 본사로부터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이는 전년(38.8%) 대비 16.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또 2021년부터 올 7월까지 최근 5년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분쟁 조정 사례 35건 가운데 가맹본부의 지위를 남용한 부당 강요 등의 행위도 13건(37%) 있었다. 최근 돼지고기 외식 프랜차이즈 ‘하남돼지집’도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과징금 8000만 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본사가 계약상 명시되지 않은 26개 품목을 필수 품목으로 일방 지정하고, 본사 지정 사업자에게만 구매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이다.

#창업 비용#인테리어 비용#가맹사업법#불공정 거래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