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생수 묶음 ‘낑낑’…강릉 공무원 ‘물난리’에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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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9월 5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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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차량에 ‘생수 싣기’ 반복…“아들 같은 직원 안타까워”
주민센터부터 시청 내근직까지…밀려드는 업무에 과부하

극심한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원 강릉에 5일 전 시민을 대상으로 1인당 12L 분량의 생수가 배부된다. 이날 오전 강원 강릉시 포남동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 급수 현장. 2025.9.5/뉴스1
극심한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원 강릉에 5일 전 시민을 대상으로 1인당 12L 분량의 생수가 배부된다. 이날 오전 강원 강릉시 포남동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 급수 현장. 2025.9.5/뉴스1
“솔직히 좀 무겁고, 지치긴 하죠. 그래도 시민들이 응원해 주셔서 힘내고 있습니다.”

극심한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릉에서 공무원들이 시민들에게 생수를 배부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 묶음당 12㎏에 달하는 생수 묶음을 나르느라 현장 곳곳에선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5일 낮 강릉의 한 생수 배부 현장. 차량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자 안내 요원이 손짓으로 진입로를 정리했다.

차가 멈추면 곧바로 트렁크가 열리고, 시청과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 생수 묶음을 들고 실어줬다. 2L짜리 생수 6개가 묶인 한 상자는 약 12㎏. 한 가구 몫을 맞추려면 보통 2~3 묶음은 기본이다.

시청 행정국과 동주민센터 직원 16명은 이날 아침부터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시민 차량에 생수를 실어주고 있었다.

시민들 대부분 직접 차에서 내려 생수를 실으려 했지만, 원활한 흐름을 위해선 운전자가 직접 내리지 않고, 트렁크나 뒷좌석을 열어 직원들이 직접 실어주는 편이 더욱 빨랐다. 또 ‘경로 우대’ 등의 문구를 붙인 고령운전자 차량이 많은 이유도 있다.

직원들은 인적 사항을 확인한 뒤, 땀에 젖은 손으로 생수 묶음을 들어 옮겼다. 현장에선 “고생 많으십니다”라는 시민들의 짧은 격려가 이어졌다.

한 시청 직원은 “무거운 생수를 계속 실어주고 있기 때문에, 체력에 부담이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직원은 그러면서도 “현재까진 시민들이 통제나 안내에 잘 따라주고 있고, 창문 너머로 ‘고맙다’ ‘고생 많다’고 응원해 주니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물을 나르는 시청 직원을 바라보던 한 시민(60대)은 “딱 우리 아들 같은 나이인데, 이게 무슨 고생이냐”며 “역대 시장들은 뭘 했길래 그동안 댐 하나 안 만들어서 젊은 친구들이 욕먹고, 고생이냐”고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모습은 오전 스피드스케이팅 배부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극심한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원 강릉을 돕기위해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생수가 3일 강릉아레나 주차장에 가득 쌓여있다. 시는 이날 기준 2L 짜리 105만3774병, 500mL 93만8750병 등 총 199만병을 확보한 상태다. 확보된 생수는 읍·면·동 5개 권역으로 옮긴 뒤 전 시민에게 배부된다. 시민 1명당 받을 수 있는 생수는 1일 2L씩 총 6일 사용 가능한 12L다. 2025.9.3/뉴스1 ⓒ News1
극심한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원 강릉을 돕기위해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생수가 3일 강릉아레나 주차장에 가득 쌓여있다. 시는 이날 기준 2L 짜리 105만3774병, 500mL 93만8750병 등 총 199만병을 확보한 상태다. 확보된 생수는 읍·면·동 5개 권역으로 옮긴 뒤 전 시민에게 배부된다. 시민 1명당 받을 수 있는 생수는 1일 2L씩 총 6일 사용 가능한 12L다. 2025.9.3/뉴스1 ⓒ News1


‘드라이브 스루’ 현장뿐 아니다. 시청은 300세대 이상 아파트 등 공동주택엔 지게차와 화물차 이용해 마치 ‘택배’를 나르듯 생수를 배부하고 있는데, 해당 현장에도 관련 공무원이 확인차 동행한다.

현장 확인을 위해 동행했다고 해서 뒷짐을 지고 있을 순 없는 일. 생수 묶음 하나라도 나를 수밖에 없다.

현장 직원뿐 아니라 민원의 최일선인 주민센터 직원, 본청 관련 부서 직원을 비롯해 공보담당 공무원들 역시 전국 매체에서 몰려드는 취재문의에 한밤중 퇴근하기 일쑤다.

한편 강릉시는 지난 3~4일 사천면과 옥계면을 거쳐 이날부턴 도심 전역으로 생수 공급 범위를 넓혔다. 중앙동, 교1·2동, 포남동, 초당동, 송정동, 내곡동, 강남동, 성덕동, 경포동 주민들이 이날부터 공급 대상에 포함됐다.

생수는 주민센터, 체육시설, 공영주차장 등 생활권 가까운 곳에서 나눠주며, 아파트 단지에는 화물차와 지게차를 투입해 하역한다. 이날만 해도 경포·홍제·교2동과 사천면에 254톤, 이어 교1동과 초당·송정·포남·강남·내곡동까지 총 865톤이 순차 공급된다. 취약계층에는 사전 배송도 이뤄진 상태다.

현재 강릉시가 확보한 생수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219만 병. 1인당 12L, 하루 2L씩 6일간 버틸 분량이다.

(강릉=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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