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전북 군산시 문화동 한 아파트가 밤사이 내린 집중호우에 단전이 된 가운데 소방관들이 폭우에 잠긴 기계실에서 물을 빼내고 있다. 2025.9.7 뉴스1
관측사상 ‘가장 강한 비’가 내리며 전북 도심이 물에 잠겼다. 1달 치 강수량이 하루도 아니고 1시간 만에 내린 셈인데, 앞으로 이같은 ‘극한 호우’는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여름철 길이가 길어지면서 시기도 종잡을 수 없게 될 전망이다.
8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전날(7일) 군산 내흥동에서는 오전 0시 57분에 시간당 152.2㎜의 기록적인 비가 내렸다. 200년에 한 번 내릴 수 있는 수준의 비로, 관측사상 가장 많은 양이다.
기존 최곳값인 1998년 시간당 145㎜(순천) 공식 기록을 27년 만에 갈아치웠다. 자동기상관측시스템(AWS) 기준으로는 지난달 전남 함평에서 147.5㎜가 기록된 바 있는데, 이번 군산 기록은 그를 뛰어넘었다.
다만 이번 비는 군산에 ‘극한 호우’가 내리는 동안 충남과 전남 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등 편차가 컸다. 좁고 두꺼운 비구름이 집중호우를 뿌린 셈이다.
이처럼 폭이 좁고 강도가 극단적으로 강한 비구름대가 특정 지역을 강타하는 패턴은 이제 ‘뉴 노멀’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서해와 남해 수온이 평년보다 2~3도 높은 상태가 유지되면서 대기 중 수증기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 근본 원인이다. 바다의 비열이 더 높기 때문에, 날이 선선해져도 바다는 여전히 ‘한여름’인 것이다.
따뜻한 바다는 대기와 맞닿으며 수증기를 끊임없이 공급하고, 이 수증기가 비구름 속으로 집중적으로 유입되면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비를 뿌린다.
이번 폭우 역시 서해 수온이 30도에 근접하며 뜨거운 ‘수증기 공급원’ 역할을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실제로 7일 새벽 비구름대는 서해 남부 해상에서 급격히 발달해 전북 서해안으로 유입됐다. 여기에 북쪽에서 내려온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강하게 충돌하며, 동서로 길게 늘어진 비구름대가 충청·호남을 따라 정체했다.
특히,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소보다 남쪽으로 내려와 한반도 남부를 덮은 상태였기 때문에 비구름대가 쉽게 이동하지 못하고 좁은 지역에 집중됐다.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 같은 구조가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남쪽에 위치할 경우, 가을에도 장마철 같은 호우가 나타나기 쉽다”며 “만약 이 시기에 태풍까지 북상해 수증기가 더해지면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계절 경계의 붕괴도 주목할 점이다. 과거에는 여름 장마가 끝나고 가을이 오면서 뚜렷한 건기와 우기로 구분됐지만, 최근에는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철에도 열대성 기후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9월 이후에도 장마 같은 강수 패턴이 반복되며,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군산 폭우가 9월 초순에 발생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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