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대포 유심’ 1만개 팔아넘긴 71명 무더기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8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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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 유심 유통 개요도.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대포 유심 유통 개요도.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경찰이 텔레그램에서 불법 수집한 외국인 여권 정보로 ‘대포유심’을 개통해 범죄 조직에 팔아넘긴 일당 70여 명을 적발했다. 알뜰폰 통신사 직원들까지 개통에 가담했다. 불법 개통된 유심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 등 범죄에 활용돼 약 960억 원의 피해를 낳았다.

8일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문서 위조·행사 등 혐의로 불법 개통 대리점 운영자이자 총책 A 씨 등 71명을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2023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중구 등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며 불법 개통을 이어왔다.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수집한 외국인 여권 정보로 유심 1만1353개를 개통해 범죄조직에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자신의 대리점 외 다른 대리점도 포섭해 불법 유심을 개통하게 했다. 검거된 대리점은 18곳에 달한다. 불법 유심은 1개당 20만~80만 원에 팔렸고, 이들은 총 16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대리점의 부정한 개통 승인 요청을 받아준 곳은 알뜰폰 통신사였다. 경찰은 이들 통신사 2곳에서 직원 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모든 통신사는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가입자 확대를 위해 여권 사본과 신청서만으로 개통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불법 개통 대리점과 알뜰폰 통신사 직원을 연결하는 브로커로도 활동하며, 개통 1건당 3만 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대포 유심은 유통 조직을 거쳐 전국 범죄 조직에 대량 공급됐다. 범죄 조직은 이를 대량 문자 발송 중계기나 범죄 피해자와의 연락 수단으로 활용했다. 경찰은 이중 유심 1400개가 보이스피싱·다액 사기 범죄 등에 연루된 것을 확인했고, 관련 피해 금액을 약 960억 원으로 추산했다. 마약, 불법 사금융 등에도 불법 유심이 쓰였다.

경찰은 대리점 등에서 개통책을 체포하고, 압수수색을 통해 위조 가입신청 서류 3400매와 유심카드 400여 개를 확보했다. 또 범죄수익 7억3000만 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하고, 불법 유통된 7395개 회선의 해지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폰은 보이스피싱·불법 사금융·마약 거래 등 주요 범죄의 ‘출발점’으로, 최근 알뜰폰 개통 허점을 악용한 범죄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에 악용되는 핵심 수단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범죄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집중 단속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보이스피싱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대포폰·대포유심을 반복해서 개통해 준 통신사에 등록 취소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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