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8300억 투입 2033년 완공 추진
7470억 규모 민간 자본 확보 숙제
울산역 환승센터 개발 10년째 차질
“사업성 없어” 3125억 투자안 무산
태화강역 복합환승센터 조감도. 울산시 제공
울산의 철도 교통 중심지로 떠오르는 태화강역에 복합환승센터 건립이 추진된다. 울산시는 민간 자본을 유치해 교통과 상업, 문화와 관광 기능을 갖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오프라인 상권이 급격하게 쇠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8300억 원의 사업비를 감당할 민간 투자사가 나타날지가 관건이다.
7일 울산 도심에 자리 잡은 태화강역은 서울과 부산, 강릉으로 가려는 이용객들로 북적였다. 역사 앞 택시 승강장과 시내버스 정류소에는 도심으로 나가려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태화강역은 1921년부터 울산역이라는 이름을 써오다 2010년 11월 고속철도(KTX)가 개통하자 KTX 역사에 이름을 내줬다. 90년 가까이 울산의 관문 역할을 했으나 KTX울산역에 여객 수요를 대부분 넘겨주면서 광역교통망 기능 또한 크게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서울을 왕복하는 KTX-이음과 강릉을 오가는 ITX-마음에 광역전철까지 더해져 하루 평균 1만2000여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역으로 다시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서울역과 연결되는 KTX-산천과 울산도시철도 1호선, 장생포 수소 트램까지 연결되면 울산의 교통 요충지로 거듭난다.
이런 여세를 몰아 울산시가 태화강역에 복합환승센터를 짓기로 했다. 2만 m2 땅에 환승시설과 쇼핑몰, 전시장, 호텔을 갖춘 복합 공간(건축 면적 20만 m2)으로 개발한다. 2028 국제정원박람회장으로 개발되는 삼산여천매립장과도 연결되는 입지를 갖춰 울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시는 이재명 대통령이 ‘태화강역 시대 개막’을 울산지역 공약으로 내걸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와 협의에 착수했으며, 2033년까지 환승센터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태화강역 복합환승센터를 울산 도심의 미래 성장축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업비 8300억 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시는 국비와 시비가 830억 원, 나머지 7470억 원은 민간 자본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 사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10년 전 시작한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조차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는 롯데쇼핑이 2015년 2500억 원대를 제시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롯데쇼핑은 7만5480m2(롯데 소유 3만7732m2, 한국철도공사 소유 3만7748m2) 부지에 3125억 원을 들여 환승센터와 판매시설, 환승지원시설, 테마쇼핑몰(아웃렛·영화관·상가)을 세우려는 계획을 수립해 울산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유통환경 변화 등으로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당초 계획을 백지화했고, 지금까지 새로운 사업 모델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태화강역 복합환승센터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롯데쇼핑보다 3배가 넘는 자금이 필요한데, 투자 여력 있는 기업을 찾을 수 있을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울산의 한 기업체 관계자는 “태화강역 인근 도심에 이미 쇼핑시설이 밀집해 있고, 이들 시설마저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업의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의 사업성을 더 떨어트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며 “울산시가 급변하는 유통산업의 변화에 맞는 경쟁력 있는 모델을 설계해 기업을 설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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