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부터 위작 논란…유족 반발
검찰 “진품 맞다” 관계자들 무혐의
1·2심 모두 패소…대법 원심 확정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미인도 원본이 공개되고 있다. 검찰은 25년간 위작 논란이 일었던 천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016.12.19. 서울=뉴시스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을 수사한 검찰이 해당 작품이 위작인데도 진품이라고 공표했다고 주장하며 유족이 소송을 냈으나 최종 패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천 화백의 딸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소개된 미인도에 대해 천 화백이 “자기 새끼를 못 알아보는 어미가 있느냐”며 위작이라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미술관은 진품이라는 결론을 굽히지 않고 전문가들도 인정하면서 천 화백은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김 교수는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에 작품 감정을 의뢰해 2015년 12월 진품일 확률이 ‘0.00002%’라는 결과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6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진품이 아니라는 작가 의견을 무시하고 허위사실 유포로 천 화백 명예를 훼손하고, 국회 등에 관련 문건을 허위로 작성·제출했다는 취지다. 또 국립현대미술관 측이 위작인 미인도를 진품으로 주장하면서 전시하는 등 공표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X선·적외선·투과광사진·3D촬영 등을 통한 검증과 전문가 감정을 거쳐 같은 해 12월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감정위원들은 ‘석채’ 사용, 붓터치, 선의 묘사, 밑그림 위에 수정해 나간 흔적 등에서 미인도와 진품 사이에 동일한 특징이 나타난다고 봤다.
또 소장 이력을 추적한 결과 미인도는 1977년 천 화백이 중앙정보부 간부에게 판매했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거쳐 1980년 정부에 기부채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검찰은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5명을 무혐의 처분하고, 사실관계가 확정되기 전 언론 인터뷰에 응한 관계자 1명만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교수 측은 수사 결과에 반발하며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김씨는 2019년 12월 검찰이 사자명예훼손 혐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인 작가(천경자)의 위작 확인 여부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검사가 감정절차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객관성을 상실해 단정적인 수사결과를 공표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김 교수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유 정황이 있었다는 취지의 감정위원 진술이 있었으나 정확한 상황·표현 등이 특정되지 않았고, 검찰의 결론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본안 심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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