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지역에 극심한 가뭄 계속되는 4일 강원 강릉 오봉저수지의 바닥이 갈라져 있다. 2025.09.04 강릉=뉴시스
극심한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원 강릉시 한 호텔 직원이 잇따르는 문의 전화로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릉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간곡히 좀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강릉 경포호 인근 호텔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요즘 강릉 가뭄으로 여행 예정이었던 분들이 여행이 잘못될까 걱정이 많아 문의가 참 많다”며 “당연히 기대했던 휴가를 기상 상황으로 망치면 기분이 안 좋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 주시는 거 다 알고 응대하고 있다. 그런데 화는 좀 내지 말아 달라. 진짜 간곡히 좀 부탁드린다”며 “직원들이 나눠서 전화 받으면 20건 중 15건은 가뭄 관련 전화이고, 그중 10통은 전화 걸 때부터 화가 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텔이 기상 마법을 쓸 수 있어서 비를 쫓아내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또 직원들도 일주일 뒤에, 월말에 물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른다. ‘15일 뒤에 체크인 하는데 물이 안 나오냐’고 묻는데 그걸 일개 강릉 시민이 어떻게 알겠나. 저희도 뉴스 보고 안다”고 했다.
A씨는 “호텔에 물어볼 수 있어도 미래에 물이 나올지 말지 예측 못 한다고 화낼 일은 아니다”라며 “여행을 올지 말지 정할 거면 지금 상황이 어떤지 정도만 물어봐야 한다. 무조건 직원 이름, 책임자 이름 캐묻는데 이름을 왜 묻는 거냐. 보름 뒤 날씨 예측 못 했으니 책임지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강릉 시민 한 명이 주변 식당과 시장, 관광명소가 보름 뒤에 영업하는지 안 하는지 어떻게 다 파악하느냐”며 “제발 상식과 예의를 갖춰 달라. 호텔 직원은 가해자도 예언가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온라인에는 “제발 강릉에 놀러 와서 물 펑펑 쓰지 말아 달라”는 시민들의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일부 숙박업소가 가뭄으로 인한 예약 취소에도 수수료를 부과해, 여행객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강릉을 찾는 실정이다.
한편 강릉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9일 오전 10시 기준 12.2%(평년 70.9%)로 전날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강릉에서는 지난 6일 오전 9시부터 아파트 113곳과 대형 숙박업소 10곳 등의 수도 공급이 끊겼다. 이는 해당 지역 전체 9만1750세대의 약 49%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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