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최말자 씨가 10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법을 나서며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부산=뉴스1
“최말자는 무죄다!”
밝은 표정의 최말자 씨(79)가 10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법정을 나서며 이렇게 외쳤다.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유죄 판결을 받았던 그는 61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막 무죄가 선고된 참이었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현순)는 이날 최 씨의 재심에서 중상해 등 혐의에 대해 “정당방위라고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 씨가 61년 만에 죄를 벗는 순간이었다. 방청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와 법정 경위가 제지하기도 했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을 방침이다.
최 씨는 선고 후 부산변호사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죄를 받으면 통쾌할 줄 알았는데, 허망한 마음도 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재심 청구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만류하기도 했지만 나와 같은 피해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다”며 “성폭력 가해자가 엄벌을 받을 수 있게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18세였던 1964년 5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1.5cm를 절단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성폭행 방어를 위한 정당방위라는 최 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 씨는 사건 발생 56년 만인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지만, 1·2심 법원은 “과거 수사 중 검사가 불법 구금을 하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최 씨 주장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3년 넘게 심리한 끝에 ‘최 씨 주장이 맞는다고 볼 정황이 충분하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고, 부산고법은 올 2월 최 씨의 중상해 사건 재심 기각 결정에 대한 항고를 인용했다. 부산지검은 7월 23일 열린 재심 결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