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춧가루도 수십배 큰 봉지에…배송회사 과잉포장에 소비자는 ‘한숨’

  • 뉴시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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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물건도 큰 봉투·박스에…“포장 규격화·재사용 강화 필요”

코로나19 장기화로 음식배달과 택배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24일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스티로폼 포장재가 가득 쌓여 있다. 2021.08.24. [수원=뉴시스]
코로나19 장기화로 음식배달과 택배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24일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스티로폼 포장재가 가득 쌓여 있다. 2021.08.24. [수원=뉴시스]
“손바닥만 한 후춧가루 병 하나가 베개만 한 비닐봉지에 담겨 왔다니까요.”

한국에 거주했던 중국인 유학생 야오이링(가명)씨는 택배회사에서 20g짜리 후춧가루를 주문했다가 과도한 포장에 놀랐다. 그는 “로켓배송은 편리하지만 작은 물건도 지나치게 큰 박스와 봉투에 담겨 온다”며 “쓰레기 처리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대학생 허정(21)씨 역시 로켓프레시를 자주 이용하지만 “불필요한 에어캡이 많고 보냉제가 새는 경우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다른 배송 서비스는 필요한 만큼만 포장을 하는데 택배 서비스회사는 과잉 포장에 세심함이 부족하다”며 “작은 물품을 한데 묶어 담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1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생활 전반으로 확산된 빠른 배송 문화 속에서 배송 서비스회사의 종이상자와 아이스팩, 보냉재 등 포장재 처리 문제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1669만 톤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생활폐기물 비율은 9.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쇼핑에서 발생하는 포장재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장은 “온라인 소비증가로 인해 (생활폐기물 중) 포장폐기물 발생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택배 서비스 회사는 비닐 의존도가 높아 분리배출해야 할 쓰레기 양이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온라인 쇼핑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쓰레기 문제를 가중시킨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편리성을 얻는 대신 발생하는 부산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형 플랫폼이 포장재 회수·재사용, 소비자에게 간단 포장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박스를 규격화하고 택배사들이 이를 회수·재사용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며 “박스 재사용률을 80~9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라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포장 방식에 대한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주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은 ‘소비자 요구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다수가 과잉 포장을 원하는지는 다시 물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도 과잉포장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아마존은 2022년부터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 ‘프러스트레이션 프리 패키징(Frustration-Free Packaging)’ 제도를 확대해 브랜드 제품도 간소화된 규격 포장으로 배송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편 대형 배송 서비스회사는 최근 배송 효율성을 이유로 여러 물품을 하나의 박스에 담는 ‘합포장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제 포장재 절감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합포장은 내부 낱개 포장이 그대로 들어가 오히려 이중·삼중 포장이 되고, 프레시백·에코백도 폐기와 회수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낳는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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