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에서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사법의 본질적 작용, 현재 사법 인력의 현실, 또 어떤게 가장 국민에게 바람직한지 공론화를 통해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2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 등 입법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면서 “국회가 절차를 밟고 있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서 (이날 열리는) 전국 법원장 회의를 통해서 법관들의 의견을 좀 들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전국 법원장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 국회에 전달되느냐는 질문에는 “회의에 들어가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지만, 회의가 끝나면 그런 점에 대해서도 의논할 생각”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입법에 대해 “뭐가 위헌이냐”고 밝힌 데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대법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입법 과정에서 대법원 의견이 반영되도록 계속 국회와 협의하고 설득하는 것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추석 전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대법관 26~30명 증원,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외부인으로 구성된 법관평가위원회의 법관 평가 등을 골자로 한 사법제도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재판을 전담할 특별재판부와 특별영장판사를 국회와 판사회의,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헌법상의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위헌 법률이란 지적이 나온다. 결국 국회가 특정 사건을 담당할 판사를 고르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헌법으로 보장된 법원의 사법권과 법관 임명권, 재판 독립성이 정면 침해된다는 것. 법원은 그동안 사건을 배당할 때 내부 고위직도 관여할 수 없도록 ‘무작위 전산 배당’을 해왔다. 하지만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은 이런 무작위 배당 시스템을 깨고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해 국회가 법관을 지정하는 등 재판부 구성에 개입할 수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특정 사건을 심리하기 위한 ‘특별재판부’를 설치한 전례도 없다. ‘특별재판부’는 1948년 반민족행위자 처벌, 1960년 3·15 부정선거 가담자 처벌,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반혁명행위자 처벌을 명분으로 세 차례 설치됐다.
민주당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강행할 경우 피고인이나 법관들이 헌재에 “위헌 법률이라는 사실을 확인해달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법원의 재판이 정지되는 만큼 ‘내란 혐의’ 피의자들의 재판도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 법원장을 지낸 전직 고위 법관은 “공정한 재판의 시작은 외부의 개입 없는 공정한 배당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며 “특정인이나 특정 사건을 처벌하기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는 민주화 이후 쌓아온 사법 신뢰를 훼손하고 삼권분립을 허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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