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미군이라고 사칭하는 남성이 70대 여성에게 ‘결혼하자’며 해외송금을 요구한 사연이 전해졌다. 기사와 상관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SNS에서 만난 ‘퇴역 미군’을 믿고 거액을 송금하려던 70대 여성이 은행 직원과 경찰의 3시간 설득 끝에 피해를 피했다. 은행 직원의 현장 신고와 경찰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여성은 수천만 원을 지킬 수 있었다.
■ 퇴역 미군 사칭범, 결혼 미끼로 금전 요구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9시경, 서울 금천구 한 은행 직원이 “해외 송금을 시도하는 고객이 사기 피해자로 의심된다”며 112에 신고했다.
피해자인 70대 여성 A 씨는 SNS에서 자신을 퇴역을 앞둔 미군이라고 속인 사칭범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결혼하기 위해 한국으로 오고 싶다”, “귀국 경비와 택배 비용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 2700만원 송금 시도…은행 직원 의심이 피해 막아
홀로 살던 A 씨는 사칭범의 말에 속아 2700만원을 송금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이를 수상히 여긴 은행 직원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가 로맨스 스캠에 연루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A 씨는 “내 남자 친구에게 내 돈을 보내겠다는데 왜 그러느냐”며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 A 씨, 로맨스 스캠 부정…3시간 설득 끝에 송금 포기
경찰은 로맨스 스캠의 수법과 실제 피해 사례를 설명하며 약 3시간에 걸쳐 A씨를 설득했고, 결국 송금을 막을 수 있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금융기관과 긴밀한 공조 덕분에 피해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다”며 “외국인 등을 사칭해 친분을 쌓은 뒤 투자나 배송비 대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로맨스 스캠, 어떻게 피해자를 속이나?
로맨스 스캠은 ‘로맨스(연애)’와 ‘스캠(사기)’의 합성어로, 사칭범이 장기간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감정을 교류한 뒤 금전을 요구해 갈취하는 범죄다. 최근 SNS와 메신저를 통해 고령층을 노리는 수법이 증가해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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