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혼자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재석 경사 팀원들인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직원들이 15일 오전 이 경사 발인을 앞두고 인천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9.15 뉴시스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다가 숨진 해양 경찰관 고 이재석 경사(34) 사건과 관련해 경찰 내부의 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동료들의 폭로가 나왔다. 이 경사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은 한 목소리로 현장 팀장의 초기 대응이 늦어 2인 1조 순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고, 사고 수습도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에서 사고 당시 당직을 섰던 동료 4명은 15일 인천 동구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파출소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유족을 보면 ‘눈물을 흘리고 아무 말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들은 “파출소장이 처음 함구를 지시한 게 실종된 이 경사가 구조된 뒤 응급실로 이송 중이던 때”라며 “파출소장이 영흥파출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뒤로 팀원과 수색으로 비상 소집된 다른 팀원들을 불러 서장 지시사항이라는 내용을 들었다”고 밝혔다.
동료들은 인천해경서장으로부터도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경사와 당직을 함께 섰던 한 팀원은 “이 경사 지인을 만나자 인천해양경찰서장과 파출소장이 ‘어떤 사이냐’고 물은 뒤 ‘유족들한테 어떠한 얘기도 하지 말아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해경 고위직들이 함구를 요구했던 이유는 사고 당시 현장 대응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영흥파출소에는 이 경사를 포함해 모두 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4명은 휴게시간, 1명은 당직 근무였다. 이 경사는 노인을 구조하러 혼자 출동했다.
휴게시간이었던 동료들은 당시 팀장으로부터 오전 3시까지 휴게시간을 부여받고 쉬고 있었다. 팀원들은 담당 팀장이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아 구조가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팀장은 휴게시간을 마치고 컨테이너로 복귀했는데도 이 경사의 상황을 전혀 공유하지 않았다”며 “몇 분 뒤 드론업체로부터 신고를 받고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했다”고 했다.
또 “저희 해경은 순찰을 2인 1조 하게 돼 있고, 심지어 식사를 하러 가거나, 편의점 이동 때도 혼자 이동하는 경우가 없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고, 사건 발생 즉시 (팀장이) 파출소내에 있는 비상벨 하나만 눌렀다면 (휴게 인력) 모두가 일어나 상황에 대응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경사가 혼자 가보겠다고 한 것 인지, 현장 팀장이 혼자 나가보라고 한 건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해양경찰청은 “그동안 유족에게 폐쇄회로(CC)TV, 무전녹취록, 드론 영상 등 사고 관련 현시점에서 가능한 관련 자료 일체를 제공했다”며 “인천해경서장과 파출소장이 내부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서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인천해경서장도 입장문을 통해 “진실 은폐는 전혀 없었으며, 진실 규명에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진상조사단 등에서 철저히 조사하는 것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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