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놓고 이견을 표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공세를 높인 15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5.9.15.뉴스1
더불어민주당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집권 정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사퇴 요구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그동안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던 터라 사법부 내부에서 사퇴를 요구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엔 다르다”며 “정치권에서 공개적으로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삼권분립의 주체를 서열화시키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라며 술렁이는 분위기다.
1987년 개헌 이후 임기 6년을 채우지 못한 대법원장은 8명 중 2명이었는데 이들은 사법부 내부에서 터져 나온 ‘사법파동’ 여파로 물러났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지만 대법원장 임기는 6년인 탓에 역대 정권마다 전임 정권에서 임명한 대법원장과 1, 2년씩 재임 기간이 겹쳤다. 정권이 바뀐 경우 대법관 임명 제청 등 인사권을 놓고 정권과 사법부 간 갈등이 불거진 적은 있었지만 명시적인 사퇴 요구는 없었다.
대법원장을 둘러싼 역대 ‘사법파동’은 모두 사법부 내부에서 ‘정권에 굴복하면 안 된다’며 대항하거나 자정 작용을 요구하는 내용에 가까웠다.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6년 4월 임명됐던 김용철 전 대법원장(9대)은 1988년 2월 취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군사 정권에서 임명된 사법부 수뇌부를 재임명하려 하는데 반발해 전국 판사들이 사퇴를 요구하는 ‘2차 사법파동’이 벌어져 1988년 6월 사퇴했다.
이후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시 68세였던 이일규 전 대법원장(10대)을 임명했지만 정년을 맞으면서 물러나 1990년 12월 김덕주 전 대법원장(11대)이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다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소장판사들이 사법부 개혁 건의문을 발표하는 등 내부에서 반성과 개혁을 촉구하면서 김 전 대법원장이 사퇴하면서 일단락됐다.
판사들의 집단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가장 최근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16대)의 거취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임성근 당시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국회 탄핵 논의’ 등을 언급했는데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관련 녹취록이 공개되며 거짓 해명 의혹이 터져 나왔다.
당시 법원에서는 “대법원장이 현 정권에 영합하려는 것이냐”고 반발해 사법부 독립의 측면에서 김 전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이 김 전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긴 했지만 ‘여당과 발맞추기’라는 비판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임기를 끝까지 채웠다.
앞서 1971년에는 시국 사건 재판에 외압에 대한 불만을 품은 판사 153명이 사표를 내 ‘1차 사법파동’이 벌어졌지만 당시 민복기 전 대법원장(5·6대) 사퇴로 이어지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