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30주년]
오영훈 지사 “권한없는 행정시… 풀뿌리 민주주의 훼손 지적 받아
3개의 새로운 기초단체 출범시켜… 광역-기초 재편, 균형발전 모델될 것”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2일 도청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을 꼽으라면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입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주는 고도의 자치권과 정부 이양 권한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출범 후 중앙정부로부터 5321건의 권한을 넘겨받았다. 2006년 56만 명이던 인구는 올해 7월 69만 명으로 늘었고, 예산은 2조5972억 원에서 7조5783억 원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역내총생산(GRDP)도 9조 원에서 23조 원대로 성장했다. 오 지사는 “이러한 성과는 세종·강원·전북특별자치도 설치와 특별법 제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출범 당시 기존 4개 기초자치단체(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를 없애고, 제주도라는 단일 광역자치단체 아래 ‘행정시’라는 조직만 두었다. 행정시는 법적으로 독립된 지위를 가지지 않아 자체 예산을 편성하거나 조례를 만들 권한이 없다. 쉽게 말해 ‘시청 간판은 달았지만 실제 권한은 없는 출장소’에 가깝다. 이 때문에 “풀뿌리 민주주의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오 지사는 “행정시는 의회도 없고 시장도 도지사가 임명하기 때문에 주민이 참여할 여지가 거의 없다”며 “정책 결정 권한이 모두 도청에 집중돼 행정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 이런 이유로 2010년 이후 도민들이 새로운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요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기초자치단체 설치란 주민이 직접 시장과 지방의원을 뽑아 예산과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동네 정부’를 다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오 지사는 “2022년 7월 취임 직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출범시켜 도민경청회 48회, 여론조사 4회, 숙의 토론회 4회 등을 거쳐 작년 1월 가칭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등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2026년 7월 출범을 목표로 했으나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주민투표 요구 권한을 가진 행정안전부 장관의 공백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로선 2027∼2028년 출범이 유력하다.
오 지사는 “이번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로 반영된 만큼 대통령 임기 내에 추진할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주민투표를 실시해 2027년 또는 2028년 7월 새로운 기초자치단체를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는 그동안 전국 최초의 특별자치도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선도해 왔다”며 “새롭게 설치되는 3개 기초자치단체가 지방자치 30년간 고착화된 광역-기초 간 기능을 시대 변화에 맞게 재편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이 균형 있게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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