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창고 등, 생활공간으로 재탄생
웃다리문화촌·병목안공원, 주민 쉼터로
맑은물상상누리·일산창작소, 문화거점 돼
옛 흔적 보존하며 재생·활용 사례 확산
쩍쩍 갈라진 벽과 빛바랜 간판, 꺼칠꺼칠한 나무 기둥에는 시간이 머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때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학교와 채석장은 주민들의 쉼터로 다시 문을 열었고, 버려진 하수처리장과 낡은 창고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낡았지만 새로움이 살아 있는 곳, 경기관광공사가 옛 흔적을 간직한 채 새 생명을 얻은 경기도의 이색 여행지를 소개한다.
2000년 폐교된 뒤 6년간 방치됐다가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평택시 서탄면 ‘웃다리문화촌’. 경기관광공사 제공
평택시 서탄면 들녘을 한참 달리다 보면 소박한 폐교가 나타난다. 1945년 문을 연 ‘금각초등학교’다. 사람들은 이곳을 ‘웃다리문화촌’이라 부른다. 2000년 폐교된 뒤 6년간 방치됐다가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운동장은 초록 잔디와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둘러싸여 아늑하고, 화단에는 아기자기한 조각품이 놓여 있다. 교실은 전시장으로, 별관은 세미나실과 쉼터로 변신했다. 상설전시관에는 학교와 마을의 기록이, 기획전시실에는 사진·회화·설치미술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예술가와 여행자가 어울리는 열린 쉼터 역할을 한다.
안양 병목안시민공원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철도용 자갈을 채취하던 채석장이지만 이제는 자연과 어우러져 산책, 휴식, 캠핑까지 즐길 수 있는 쉼터로 탈바꿈했다. 황토가 깔린 공원 안 맨발 산책로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경기관광공사 제공수리산 북쪽 자락에 있는 안양 병목안시민공원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철도용 자갈을 채취하던 채석장이었다. 지금은 자연과 어우러져 산책, 휴식, 캠핑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다. 공원 한쪽에는 석재 운반용 객차가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전시돼 있다.
이곳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봄에는 벚꽃이 화사하게 피고, 여름에는 푸른 숲이 울창하다. 가을에는 단풍이 흩날리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인다.
공원에 들어서면 황토가 깔린 맨발 산책로가 나타난다. 계단을 오르면 넓은 잔디마당과 맞은편으로 인공폭포가 시원하게 쏟아진다. 공원 우측에 있는 캠핑장은 계곡과 숲으로 둘러싸여 여행객들에게 최고의 휴식처가 된다.
한때 생활하수를 처리하던 산업 공간이 이제는 문화와 예술을 품은 복합문화공간인 ‘맑은물상상누리’로 탈바꿈했다. 경기관광공사 제공거대한 산업 시설이 상상력의 무대로 변신한 곳, 시흥시 ‘맑은물상상누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한때 생활하수를 처리하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문화와 예술을 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버려진 공간이 창의적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고깔 모양의 ‘비전타워’. 하수처리시설인 소화조와 관제탑이 하나로 연결된 구조물이다. 내부에는 옛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전망대에 오를 수 있는데, 둥근 지붕들이 꽃잎처럼 펼쳐져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가스 저장소는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 변해 관람객들이 푹신한 쿠션 위에 누워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과거 농협 창고로 사용됐던 일산 문화예술창작소는 문화와 예술이 호흡하는 열린 공간으로 바뀌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일산 옛 사진전’ 안내판과 사진, 그리고 구멍가게와 약국, 사진관의 옛 거리, 포장되지 않은 도로 풍경 등이 담긴 사진이 전시돼 있다. 경기관광공사 제공고양시 일산 문화예술창작소는 한때 농협 창고로 쓰이던 건물이다. 베이지색 외벽과 농협 마크가 그 흔적을 보여준다. 지금은 전시공간과 공유 오피스(1층), 다목적실(지하 1층)로 구성된 열린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입구에는 ‘일산 옛 사진전’ 안내판과 사진이 걸려 있어, 구멍가게·약국·사진관이 있던 옛 거리 풍경과 포장되지 않은 도로의 모습이 과거를 추억하게 한다. 이곳은 대관 형태로 운영돼 주로 지역 작가들이 활용하며, 전시가 없을 때는 주민 쉼터로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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