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공모 및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혐의
이상민 측 “계엄날 허둥지둥 서울 올라와”
法 “공소장 일본주의 어긋나…수정해달라”
매주 공판 진행…증인신문은 핵심 인물만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위증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07.31.[서울=뉴시스]
12·3 비상계엄 관련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측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계엄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매주 공판을 열고 증인신문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신속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강완수)는 19일 오후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증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장관의 1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어 이 전 장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장관 측은 비상계엄 선포 전 계엄에 반대했으며, 김장 행사 중 황급히 돌아오는 등 순차 공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혐의도 전면 부인하며, 소방청장의 ‘지시를 들었다’는 진술도 뉘앙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기억에 반하는 진술은 없었다며 부인했다.
이 전 장관 변호인은 “피고인은 계엄에 반대했다”며 “전 대통령에게 그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모의나 공모가 있다는 사람이 울산에서 김장 행사를 할 리 없고, 비행기 예약을 그대로 남기고 기차표를 3번씩 예매하면서 허둥지둥 올라왔을 리 없다”며 “순차 공모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내란 특검팀에 공소장 일본주의에 어긋나는 부분을 지적하며, 재판부가 보기에 이 전 장관이 직접 관여하지 않은 내용이 지나치게 많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공방이나 증인신문을 피하기 위해 일부 문구를 수정하거나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특검법 규정에 따라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매주 공판을 열기로 했다.
특검법은 특검 기소 사건의 경우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진행하고 공소제기 6개월 이내 1심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장은 “법정에서 쓸데없는 공방이 일어나거나 기습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며 “법정에서 갑자기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는 것은 지양해달라”고 당부했다.
특검 측은 증인신문과 관련해 신속한 재판을 위해 ▲이 전 장관 개인 행위와 ▲윤 전 대통령 내란 행위 등 두 개로 나눠 이 전 장관 개인 행위에 대한 증인신문을 먼저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내란 행위와 관련한 증인은 윤 전 대통령 등 이미 진행된 재판의 공판조서로 갈음하자는 취지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진술조서에 등장하는 인물 5명이 있으면 그중 핵심 인물 1~2명만 불러 신문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재판장은 “진술조서 등장인물과 관련해 제 판단으로는 다 나올 필요는 없고, 5명이 참가했다면 핵심 1~2명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며 “핵심적인 사람의 진술이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공판준비기일을 종료하고 다음달 17일 1차 공판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1일 계엄 사태와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국무위원 중 두 번째로 구속됐다.
이 전 장관은 계엄법상 주무부처 장관임에도 윤 전 대통령의 불법한 계엄 선포를 방조하고,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순차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내란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계엄 당일 오후 8시36분께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등 주요 기관에 대한 시간대별 봉쇄 계획과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을 받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파악했다.
이 재판은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공모했는지 혹은 단순히 방조에 그쳤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이를 소방청장에게 전달했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이 전 장관으로부터 “경찰청에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달라”는 전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 측은 “단전·단수 지시를 받거나 하달한 적이 없고, 허 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자제시켰다”는 등 지시 사실 자체 부인하고 허 청장에게 한 말의 취지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재판에서는 허 청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시를 받은 자와 지시를 한 자의 주장이 대립할 때 두 진술 모두 증거능력이 있어 어느 당사자의 말이 더 증명력이 있는지를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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