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24일 전남 영암 현대호텔에서 열린 ‘2025 김대중평화회의’에서 영상으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대중평화회의 제공
“한국의 민주주의가 도전받고 있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24일 전남 영암군 현대호텔에서 열린 ‘2025 김대중평화회의’ 기조연설 ‘평화경제: 세계와 한반도를 위한 전략’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이유를 진단했다. 세계적 석학인 로빈슨 교수는 정치·경제 제도의 차이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연구로 주목받았으며, 대런 애쓰모글루와 함께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개인 사정으로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고 45분가량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인의 생활 수준을 놀라울 정도로 향상시킨 민주주의가 왜 도전을 받고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진 뒤, 민주주의 발전과 후퇴를 ‘물결과 역물결(역류)’로 설명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파도처럼 밀려온다”며 세 번의 민주화 물결을 예로 들었다. 19세기 영국과 서유럽, 라틴아메리카에서 일어난 첫 번째 민주화 물결은 1930년대 독재와 파시즘에 무너졌고, 2차 세계대전 뒤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로 확산된 두 번째 물결도 쿠데타와 군사정권 등장으로 역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0년대 세 번째 민주화 물결이 일었고 한국도 이 물결로 민주주의 추진력을 얻었지만, 오늘날 민주주의 후퇴 현상은 바로 그 물결 뒤에 따라온 역물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12‧3 불법 계엄 선포 시도가 한국 민주주의 후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 사회가 현재 상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불안해한다”며 “이런 불안감은 문제점을 진단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게 만드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전환 이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을 재건했으며, 그 과정에서 역동성이 더욱 강해졌다”며 “이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려는 국민의 결의가 한국의 정치적 포용을 이끌어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 김대중평화회의 제공 또 그는 포용적 경제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제학자들은 한국에서 일어난 놀라운 변화와 경제성장을 이끈 요인이 기본적으로 ‘혁신’이라는 데 동의한다”며 “한국은 포용적 경제제도를 구축해 상대적으로 낮은 불평등을 유지하면서도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은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는데 한국은 K-뷰티, K-드라마, K-팝, K-민주주의가 그 사례”라며 “이는 민주주의 전환과 포용적 제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김대중평화회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인권·평화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국제회의다. 26일까지 ‘세계와 한반도를 위한 상생 평화의 새로운 비전’을 주제로 다양한 학술회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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