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반발에, 6개월만에 ‘수정’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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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지도 시간 줄여 교사 부담 덜고
중등교원 1600명 늘려 채용하기로
‘이수 학점’ 기준은 국교위서 논의
교원단체 “즉각적-가시적 조치를”

정부가 올해 3월 고1 학생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한 고교학점제 개선안을 내놨다. 제도 시행 6개월 만에 폐지 여론이 확산할 정도로 비판이 거세지자, 손질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개선안으로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현장 반발에 ‘누더기 수선’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시도부교육감 회의에서 고교학점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학점을 취득해 졸업하는 제도다. 학점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과목별로 수업의 3분의 2 이상을 출석하고 학업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3년간 192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졸업할 수 있다.

이번 개선안에는 학점 이수 기준에 미달한 학생을 추가로 지도하는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 개선 방안이 담겼다.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는 현장 교사들의 부담이 크고 학생들의 실질적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아 교원 단체에서 재검토해 달라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던 제도다.

교육부는 교사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올해 2학기 즉시 보충지도 시수를 기존 학점당 5시수에서 3시수 이상으로 줄이기로 했다. 예컨대 3학점짜리 과목에서 학업성취율 40%에 미달한 학생의 보충 지도 시간을 기존 학기당 15시간에서 9시간으로 줄였다. 또 출석률 3분의 2에 못 미친 학생에 대한 추가 학습은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지금은 어떻게든 학점 이수 기준에 맞추려고 수행평가 기본 점수를 높게 주거나 백지에 이름만 써서 내도 점수를 주는 식으로 억지 운영을 하고 있다”며 “시수를 줄여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들이 과목 선택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인력 확충으로 보완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현직 교사로 구성된 진로·학업 설계 지원단을 현재 450명에서 6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진로는 대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바뀔 수 있는데 이를 고1 때부터 정해 대입을 준비하도록 압박하는 건 고교학점제가 가진 근본적 한계”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늘어난 교원 수요 등을 반영해 다음 달 1일 중등교원 임용시험 공고를 내고 전년 대비 1600명 증가한 약 7100명의 중등교원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 ‘학점 이수 기준’ 완화는 국교위서 결정

고교학점제 최대 쟁점인 ‘학점 이수 기준’ 자체를 완화하는 것은 교육 과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에 담기지 않고 향후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공통과목은 현행대로 학점 이수 기준(출석률과 학업 성취율)을 유지하되 선택과목은 출석률만 적용하는 1안과 공통·선택과목 모두 출석률만 적용하고 학업성취율은 다음에 보완 과정을 거쳐 적용하는 2안을 모두 국교위에 제안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교위에서 내년 2월까지 논의를 마쳐 결정된 내용이 내년 1학기부터 적용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교원3단체(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내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며 “학교 현장의 혼란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변화를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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