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빠진 尹 “보석해주면 운동-당뇨식 하며 절차 협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6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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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도 아닌데 방 밖 못나가게 하나
법정에 나오는 것 자체가 큰 부담”
18분간 보석청구 이유 직접 설명
구치소서 산 2만원대 전자시계 착용
판사에 고개숙여 인사뒤 피고인석 착석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8평짜리 방 안에서 서바이브(survive) 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목소리도 이렇게…(잘 나오지 않습니다).”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17호 대법정. “구속된 이후에 별건(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7월 9일 구속영장실질심사 이후 79일 만에 법정에 들어선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보석 심문에서 본인을 겨눈 특검 수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 하얗게 센 짧은 머리, 2만 원대 전자시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26일 오전 10시 15분부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첫 공판을 열었다.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7월 19일 윤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으며, 재판부는 지난달 한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갖고 이날부터 정식 공판에 착수했다. 이는 올 2월부터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에서 진행 중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과는 별개다.

7월 10일 재구속 이후 재판과 특검 출석에 일절 응하지 않던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7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때도 입었던 남색 재킷 차림은 전과 같았지만 흰색 와이셔츠는 다림질이 덜 돼 있었다. 구치소 이발소에서 머리를 짧게 깎았으나 염색하지 못해 머리가 희끗해진 모습이었다. 몸무게도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변호인단은 “재구속 이후 10㎏ 이상 빠졌다”고 전했다. 평소 차던 금색 시계는 영치(領置)돼 있었고, 대신 구치소 매점에서 판매하는 2만 원대 전자시계를 착용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장에 고개 숙여 인사한 뒤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날 공판은 특검 측 공소사실 요지와 이에 대한 윤 전 대통령 측 반박으로 낮 12시 23분까지 2시간〉 8분가량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은 공판 내내 검사석 또는 본인 앞에 화면 등을 바라봤다. 사후 계엄문 작성 혐의에 대해선 자신이 작성·폐기 등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직접 주장하기도 했다.

낮 12시 24분부터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청구한 보석 심문이 이어졌다. 특검과 변호인의 주장을 들으며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재판장 질문에 18분가량 장시간 직접 발언했다. 그는 “주 4~5회 재판을 하게 되고 주말에도 특검에서 오라 하면 가야 하는데 구속 상태에서 응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법정에 나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보석을 허용해 주면 운동도 조금씩 하고 당뇨식도 하며 사법 절차에 협조하겠다”며 보석 인용을 요청했다. 재판부가 “석방되면 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하고, 아니면 출정을 거부하겠다는 거냐”고 묻자 그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 100% 일정을 조율할 수 없는 상황이 고려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유치한 기소” vs “영장 불복은 범죄”

이날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에 대해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내가 재벌 회장도 아니고, 기소된 사건을 보면 전직 대통령에 대해 기소할 만한 것인지 모르겠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다”며 “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차라리 처벌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때는 제가 중앙지검장으로 (재직)했지만 이렇게 검사 120명, 수사관 600명씩 (동원)해서 (수사)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영장 불복, 불출석 등 행태를 꼬집어 비판했다. 특검은 “영장 불복은 형사 사법 체계서 허용 안 되는 범죄”라며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한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수사기관의 조사나 법정 출석에 불응하며 실질적 방어권을 포기하고 있다. 석방하면 신속 재판이 불가한 염려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선 아무리 영장을 갖고 와도 강제 동원은 불가능하다. 검사 책상 앞에 불러내는 것은 검사의 능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 개시부터 종료 시까지 영상이 녹화돼 공판 종료 이후 공개됐다. 특검법에 따른 첫 중계 사례이다. 다만 보석 심문의 경우 “보석 심문 절차는 공소사실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건강 상태와 질병, 내밀한 신상정보, 사생활이 포함될 수 있다. 이를 공개함으로써 얻을 공익과 침해될 사생활의 자유, 인격적 이익을 비교할 때 중계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불허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날 같은 법원에서 진행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 김건희 여사 재판 공판준비기일에는 윤상현·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건진법사 전성배 씨,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윤석열#구속영장#특검#내란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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