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RailLog Korea 2025’에서 용산철도고는 고교 최초로 단독 부스를 운영했다. AR 교육 기자재를 직접 체험한 중학생들은 “이런 학교가 있었냐”며 놀라워했고 한다. 현직 철도인들은 “예전에도 이런 기회가 있었다면 진작 진로를 선택했을 것”이라며 부러움을 드러냈다. 김경재 용산철도고 교장은 “용산철도고 교육 환경과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용산철도고 김경재 교장(왼쪽)과 김성준 학생회장. 용산철도고 제공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철도공무원이 됐던 김 교장은 오랜 현장 경험을 학교에서 쏟아내면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 용산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7살 나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첫 도착지가 용산역이었다. 그날의 설렘을 잊을 수가 없다. 김 교장에게 용산철도고는 ‘모교 같은 존재’다. 그는 “현재 학교 위치가 내가 다녔던 국립철도고가 있던 자리”라며 “40여 년 전 내가 이 학교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학생들이 자기 모습 같고 자녀 같다. 단순히 행정을 책임지는 교장이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학생들의 길을 열어주다는 마음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 지역, 학생과 소통하면서 만드는 학교… 협력적 의사 결정 체계가 학교 운영의 핵심
김 교장은 협약형 특성화고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선 지자체 및 관계기관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장은 “지역에서 배워 지역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학교 설립 취지”라며 “서울시, 교육청, 용산구청 등의 협력과 예산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많은 지원자가 있어 기숙사의 확충이 필요하다. 오래된 학교인 만큼 시설현대화도 필요하다.
학생들과 생각의 거리를 좁히려고 학생 회장과도 자주 소통을 한다.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 협동 학습 등으로 사회성을 자주 채워주려 한다. 김 교장의 교육 철학은 ‘학교의 모든 의사 결정은 학생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에 있다. 철도 전문 교육만이 아니라 인성과 공동체 의식을 중시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의 자율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되도록 교장실 문을 늘 열고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려 한다. 김 교장은 “학교는 결국 학생을 위한 공간”이라며 “학생들이 진로와 인생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 “철도고에 다니면 내 적성과 다양한 진로가 보인다”
김 교장은 성장하는 청소년들은 언제든지 진로를 다시 고민할 수 있다고 했다. 철도고에 입학했다고 해도 더 관심있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 다양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학교의 임무다. 김 교장은 “철도고에 다니면서 자신의 적성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드론, 항공, 기계 설계 등 다른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에게도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용산철도고는 단순한 직업 교육기관을 넘어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책임감 있는 철도인과 성숙한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김 교장의 철도 현장 경험과 교육 철학은 학생들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 용산철도고는 앞으로도 산업과 인성을 함께 가르치는 학교로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 실습 협조-산학 연계 프로그램 국내 최고 수준
용산철도고는 협약형 특성화고로 철도 차량, 전기·신호, 건설 등 철도산업 전반에 걸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XR(확장현실)·AR(증강현실) 기반 콘텐츠를 자체 개발하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으로부터 기증 받은 틸팅열차 ‘한빛 200’을 교육 현장에 도입해 실제 열차 환경에서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철도차량정비기능사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는 환경의 종합 실습실을 새롭게 구축했다. 기능 자격 중심의 실습 교육을 한층 강화했다. 또한 외부 업체로부터 공급받은 고품질 AR 콘텐츠를 교과 과정에 연계 적용했다. 디지털 기반의 실무 교육이 가능해졌다.
김 교장은 다양한 진로 경로 탐색 인프라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철도기관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과정을 고민하고 있다. 기존의 산학 연계 교육, 대학과의 협력과 더불어 철도아카데미, 교내 인프라 추가 구축의 청사진도 내비쳤다.
특히 한국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국가철도공단 등과의 협약으로 진행되는 직무 특강, 진로 캠프, 실습 협조 프로그램이나 글로벌 기업 3M이나 현대자동차 등과의 산학 연계 프로그램도 학생들의 취업 역량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김 교장은 “이 같은 수준의 교육 인프라를 갖춘 중등교육기관은 드물다”며 “학생들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철도는 기술을 넘어 사람과 책임의 산업”
김 교장은 철도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김 교장은 “철도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싣고, 시간을 지키며, 안전을 책임지는 산업이다. 따라서 책임감과 협업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김 교장은 철도 산업의 미래에 대해 “굉장히 밝다”고 확신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철도는 탄소 배출이 현저히 적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장은 “도로 교통에 비해 철도는 탄소 배출량이 약 10분의 1 수준이다. 탄소중립이 세계적 과제로 떠오른 지금, 철도는 필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교장은 전기철도의 보편화와 고속화, GTX 등 국내 대규모 철도망 확충 사업을 언급하면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철도 산업은 앞으로 더욱 각광받을 것이다. 관련 기술과 인재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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