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흰머리에 구치소 시계 찬 尹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내란 특검이 추가 기소한 사건의 첫 정식 재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대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평소 입던 양복을 입은 그는 구치소 이발소에서 머리를 짧게 깎았으나 염색을 하지 못해 흰머리가 늘어난 모습이었다. 왼쪽 가슴에는 수용 번호 ‘3617’을 달았다. 7월 구속영장 실질심사 당시 착용했던 금색 시계는 영치됐기에 구치소 내에서 파는 2만 원대 전자시계를 차고 나왔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불법 계엄과 관련해 특검이 추가 기소한 사건의 첫 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섰다. 7월 재구속 이후 재판과 특검 수사에 응하지 않다가 79일 만에 공개 석상에 나선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26일 오전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사건의 첫 공판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수용번호 ‘3617’ 표를 왼쪽 가슴에 단 채 법정에 출석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모습에 남색 정장을 입었으나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구치소에서 법원으로 이동할 땐 수갑과 포승줄을 했지만 법정에 들어설 땐 모두 풀었다.
특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영장 집행 방해, 계엄 심의·의결권 침해,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 등 다섯 가지 혐의를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헌법상 권한에 따른 조치였으며 일부는 이미 기소된 사안으로 이중 기소”라고 맞섰다. 그는 기존 내란 혐의 재판(부장판사 지귀연)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재판부는 재판 개시부터 종료까지 중계를 허용했다. 특검이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 혐의를 설명하자,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에 (선포문에) 서명하러 왔기에 국방부 담당자가 작성해서 장관이나 총리를 통해 대통령에게 올려야지, (강의구 당시) 부속실장이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좀 나무랐다”고 말했다.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에 자신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어진 보석 심문에선 “구속 상태에서 주 4, 5회 재판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보석이 허용되면 불구속 상태에서 성실히 출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 조사도 14시간씩 이어져 현실적으로 방어권 행사에 제약이 있다”며 “억지로 출정을 강요하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신속한 재판을 위해 주 1회 이상 집중 심리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특검법에 따라 1심을 6개월 내 마무리해야 한다”며 금요일을 기본으로, 필요하면 화요일에도 재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이 거부해 국민참여재판은 진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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