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배터리 화재 탓 정부 온라인 시스템 나흘째 먹통
우체국 현금 결제만, 행정센터 오픈런…“최소 2주 더 불편”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내 무인우편접수기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장애 안내 발생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9시부터 우편 서비스 일부 업무를 창구 업무를 통해 재개한다고 밝혔다. 2025.9.29 뉴스1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이후 첫 평일인 29일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혼선이 빚어졌다. 화장장 전화 예약에 우체국 택배 접수 불편까지 ‘20년 전 정부’를 방불케 했다.
이날 오후 청주우체국 창구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시스템 복구 시까지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전산망이 일부 복구되면서 편지·소포 접수와 금융 서비스는 가능해졌지만, 신선식품이나 착불 소포는 여전히 막혀 있고 배송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대구의 한 우체국엔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 타지에 사는 자녀와 친지에게 보낼 음식물을 상자에 가득 담아왔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울릉도에 있는 친지에게 육포를 보내려던 한 시민은 “추석 연휴 후에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우체국에서는 직원들이 상가를 돌아다니며 ‘택배 불가’를 알리는 상황도 벌어졌다.
29일 오전 광주 동구 지산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인들이 서류를 발급받고 있다. 2025.9.29 뉴스1 전국 화장시설 예약 서비스인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화장장 예약에도 애를 먹었다. 유족과 상조회사 직원 등은 화장장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인천에 사는 조 모 씨는 “아버지 발인을 오늘 하려 했는데 팩스로 하려니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며 “안치실을 하루 더 써야 한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주말 사이 일부 시스템이 복구된 덕에 각지 행정복지센터에서는 큰 혼선은 없어 보였으나, 운영 시간 전부터 주민들이 대기 번호표를 뽑는, 이른바 ‘오픈런’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울산 북구 농소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권순열 씨(54)는 “아침에 뉴스를 보니 일부 시스템이 복구됐다고 하는데, 어떤 것들은 되고 어떤 것들은 안 되는지 구분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정자원 사태는 공무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경기 화성시 소재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안 그래도 월요일에는 민원인이 많은 편이어서 불편이 더 커지고 있다”며 “최대한 불편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지만, 전산망 마비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경북 포항시는 민원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원실 운영을 복구할 때까지 오후 8시까지 2시간 연장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경기도 산하의 한 기관은 나라장터 장애로 특정 사업 입찰 기한을 연장하는 조치를 취했고, 대구시와 경북도는 공공서비스와 세금 납부, 서류 제출 기한 등을 연장하고 있다.
29일 오전 광주 동구 지산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인들이 소비쿠폰을 발급 받고 있다. 2025.9.29 뉴스1 전국 공항에서는 큰 혼란은 없었으나, 반드시 실물 신분증을 지참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전국 14개 공항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모바일 신분증, 정부24를 통한 신분 확인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공항 이용 시에는 실물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하거나 바이오패스(생체정보 인증)를 이용해달라”고 공지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행정정보시스템 647개 중 복구된 서비스는 62개(9.6%)에 불과하다. 당초 이날 오전 9시 기준 복구된 서비스는 47개였고, 한 시간 뒤인 오전 10시 기준 8개가 늘어 55개가 복구됐다. 행안부는 “이번 주 내 정상화는 어렵고 최소 1∼2주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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