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은 옛말…답답한 전통시장 “물가는 오르고 소비는 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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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떠난 손님들…“추석 판매량 예년보다 줄어”
소비쿠폰 배포에 ‘반짝’ 희망도…“확실히 효과 있어”

지난 25일 서울 성수동 뚝도시장의 모습 시장 골목길에 손님이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2025.09.27/뉴스1
지난 25일 서울 성수동 뚝도시장의 모습 시장 골목길에 손님이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2025.09.27/뉴스1
“요즘 시장보다도 온라인몰 같은 걸 많이 쓰니까 사람이 정말 없어요.”
일 년 중 가장 큰 ‘대목’인 추석을 일주일 남짓 앞둔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뚝도시장의 분위기는 조용했다. 건어물 가게, 생선가게, 야채가게, 계란 가게가 줄지어 있었지만 골목마다 손님은 한둘뿐이었다. 그나마 가게 10곳 중 3~4곳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시장에서 28년간 떡집을 해온 안민경 씨는 전통시장의 경기가 말이 아니라고 했다. 안 씨의 떡집 건너편 야채가게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추석을 앞둔 상황도 예년과 달랐다. “작년에는 송편 주문이 스물세 집이었거든요. 올해는 네 집 들어왔어요. 2022년에는 서른다섯 집이었고. 이번에는 열몇 집 들어오지 않을까 해요” 장부를 뒤적이며 안 씨가 내뱉은 수치들에 답답함이 묻어났다.

안 씨는 가뜩이나 사람들이 떡을 잘 사 먹지 않는 문화가 되면서 물건은 팔리지도 않는데 쌀값 등 재룟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며 장사가 쉽지 않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에서 떡집을 하는 신윤철 씨(50)도 사정은 비슷했다. 손님에게 떡을 건네던 신 씨는 아직은 시장에 명절 훈풍이 불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요즘의 매출 수준이 “거의 바닥”이라고 말했다.

인근 정육점 사장의 평가는 더 비관적이었다. 판매할 물품을 손보며 “분위기는 안 좋아요. 딱히 기대도 없어요”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해 추석보다 물건을 70%만 받았다”며 “그만큼 이제는 기대가 없다”고 전했다.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 모습 2025.09.27/뉴스1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 모습 2025.09.27/뉴스1


다행히 상인들은 나라가 다시 풀어낸 ‘소비쿠폰’에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뚝도시장에서 한복집인 ‘영희한복’을 운영하는 유영희 씨(64·여)는 1차 소비쿠폰이 나왔을 당시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며 당시에 붙여놓은 ‘소비쿠폰 가능 매장’ 스티커를 떼지 않고 있었다.

주력인 한복보다는 이불이나 베갯잇을 사러 찾아오는 손님이 대부분이었지만 하루에 1~2명에 그치던 손님이 소비쿠폰 배포 시점에는 10명까지 늘었었다.

신사시장에서 한약·건어물을 취급하는 유명래 씨(65·여)는 소비쿠폰 때문에 시장 분위기에 조금 활기가 도는 것 같다면서 “손님 중에 50%는 소비쿠폰 때문에 오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비쿠폰도 기울고 있는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완전히 역전시키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복집 유 씨는 달라진 명절 분위기에 전통 상품 장사가 쉽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명절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주 옷을 사다 주곤 했는데 이제는 며느리든 딸이든 마음에 안 들어 하고 아예 사다 줄 생각을 안 하게 된다”라고 했다.

유 씨는 과거 명절 때면 아동용 한복을 200벌씩은 사다 놓았다면서 요즘엔 10벌 정도만 들여놓는다며 바뀐 상황을 설명했다.

신사시장 내 생선가게에서 일하는 정 모 씨(53·여)도 해가 갈수록 명절 대목이라는 것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 같다고 했다.

정 씨는 “옛날에는 생선 사다가 절이고 말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명절을 안 지내는 분들이 너무 많다”라며 요즘에는 명절을 일주일씩 앞두고 미리 준비하는 모습은 없어졌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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