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1돌 윤종진 보훈의료공단 이사장
“남은 임기동안 흑자 전환이 목표
더 많은 일반인들 찾아오게할 것”
윤종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이 최근 취임 1주년(30일)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원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급성기 치료부터 재활, 요양까지 한곳에서 모두 진행할 수 있는 통합형 의료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국가유공자 예우 강화를 위해 추진한 과제 중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
윤종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공단) 이사장은 최근 강원 원주 공단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의 성과를 이같이 설명했다. 윤 이사장은 2023년까지 초대 국가보훈부 차관을 지냈고, 지난해 9월 30일 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30일이 취임 1주년이다.
공단은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1375병상)을 비롯해 부산, 광주, 대전, 대구, 인천 등 전국 6개 보훈병원(3566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6·25전쟁 참전유공자 등 국가유공자들과 이들 가족이 주 이용 대상이다. 윤 이사장은 “기존엔 급성기 치료, 재활, 요양이 각각 분리돼 있어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옮겨 다녀야 했다”며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서울), 광주, 부산, 대전에 이어 지난해 대구보훈병원에 재활센터가 개원했고, 서울·광주에 이어 지난해 부산보훈병원에 요양병원이 문을 열었다”고 전했다. 한곳에서 연속성 있는 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1375병상 규모의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급성기 치료부터 재활, 요양까지 가능한 통합형 의료시스템이 구축된 국내 대표 보훈병원이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제공공단은 ‘보훈의료·복지 사각지대 해소’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윤 이사장은 “대통령께서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예우는 더 높게, 지원은 더 두텁게’라는 국정 방향을 강조하지 않았나”라며 “보훈부와 함께 보훈병원이 없는 제주와 강원 지역에 종합병원급 병원 2곳을 선정해 보훈병원과 유사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준보훈병원으로 만드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어 “의원급 위탁병원도 현재 약 920개에서 현 정부 임기 내에 2000개까지 늘려 유공자들이 거주지 인근에서 편리하게 진료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단은 국내 최대 요양원 운영 기관이기도 하다. 경기 수원 등 보훈요양원 8곳(정원 1628명)과 양로시설 등을 갖춘 보훈원 1곳(수원)도 운영하고 있다. 생존 애국지사(독립유공자) 5명 중 오성규 지사(102)가 보훈원에서, 이석규 지사(101)가 전주보훈요양원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윤 이사장은 “두 지사님께 전담팀을 구성해 24시간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보훈요양원은 ‘최고의 예우’와 ‘안전’에 중점을 두고 국내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노력으로 2021년 당시 장기요양기관 정기 평가 대상이었던 6개 요양원 중 4곳이 최우수 등급, 1곳이 우수 등급을 받는 등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성규 애국지사(102)가 경기 수원에 위치한 보훈원에서 노후를 보내는 모습. 일본에 거주 중인 유일한 생존 독립유공자였던 오성규 지사는 고국에서 여생을 보내기 위해 2023년 8월 귀국한 뒤 보훈원에서 지내고 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제공숙원 과제도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전공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2020~2024년 공단은 1793억 원가량 적자를 냈다. 윤 이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 흑자 전환해 지속 가능한 공단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일반인들도 보훈병원 이용이 가능한 만큼 일반인들이 더 많이 오면 진료 수익이 늘어나고 보훈 정신과 가치도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가유공자들을 위해 위탁병원을 늘리되 보훈병원과 위탁병원 간 진료 협력 체계를 촘촘하게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전국 6개 보훈병원과 920개 위탁병원 간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국가유공자들에게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중증 질환자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분들의 경우 보훈병원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위탁병원에서 보훈병원으로 신속하게 전원해 상급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단계별 의료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공단의 보훈병원 내부 평가 지표에 위탁병원 협력 실적을 반영하는 것도 진료 협력에 적극 임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환자 진료 이력과 상태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국가유공자 개개인의 건강 상태와 질환 특성에 맞춘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훈병원 통합 관리 시스템도 완성을 앞두고 있다.”
―보훈병원은 공공의료기관인 만큼 의사 급여가 민간병원에 비해 낮은 것으로 안다. 보훈병원 전문 인력 확충에 난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의료기관의 한계로 민간병원 대비 의사들의 처우 수준을 높이기 어려운 것은 현실이다. 그럼에도 의사직 보수 격차 해소를 위해 올해 60억 원을 추가 인건비로 투입했다. 성과 중심 인사 시스템을 도입했고, 복리후생 개선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보훈병원만의 차별화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의료진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 지원과 연구 활동 기회도 확대하는 중이다. 보훈병원 전문의 정원은 490명으로 현재 정원의 90%인 450명이 근무 중이어서 기본적으로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여타 민간병원과 마찬가지로 호흡기 내과 전문의 확보는 시급하다.”
―의정 갈등으로 보훈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는 다 복귀하거나 충원됐나? “전공의 파업 전 전국 보훈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는 139명이었다. 이 중 당시 100명 이상이 병원을 떠났다. 현재는 109명이 근무 중으로 파업 전 대비 78% 수준에서 복귀했다.”
30일로 취임 1주년이 되는 윤종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이 강원 원주 공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보훈병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 국가유공자는 물론 일반 국민도 이용할 수 있음에도 이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여전히 많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최우선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보훈병원의 본래 목적이며 사명이다. 다만 일반인도 얼마든지 이용 가능하다. 국가유공자들은 보훈 급여로 진료비가 지원돼 본인부담금이 거의 없거나 매우 적다. 일반 환자는 일반 병원과 본인부담금이 동일하다. 의료서비스 수준도 같다. 현재 전국 6개 보훈병원 환자 중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은 평균 90%, 일반 환자는 10% 정도다.”
―보훈병원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일반인 이용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6·25전쟁이나 베트남전 참전유공자는 세월이 지나면서 크게 줄었다. 생존 국가유공자들이 줄어들면서 일반인들을 진료할 여지가 많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보훈병원을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진 않은 만큼 보훈병원 의사들이 지역 주요 시설에 가서 일반 주민 대상 건강강좌를 진행하며 보훈병원 이용을 유도하거나 지역 행사에 홍보 부스를 설치하는 식으로 널리 알리고 있다.”
―보훈병원은 주 이용 대상이 매우 연로한 국가유공자인 만큼 보훈병원 모델이 초고령화 사회 대응에도 시사점이 있을 것 같다. “공단이 구축한 급성기 진료-재활-요양을 보훈병원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통합형 의료시스템은 초고령화 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선진적 시스템이다. 특히 고령 환자 특화 의료 서비스 모델이 중요하다. 참전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전쟁 상이에 따른 만성 합병증, 고령화에 따른 복합적 질환 등을 종합 관리하면서 누적된 보훈병원의 경험은 일반 고령 인구의 복잡한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 적용될 수 있다. 국가유공자들의 품위 있는 생애 말기를 위해 개발한 공단의 전문 호스피스 서비스는 고령화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의료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보훈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 지역 거점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지방소멸 위기에서 보훈병원은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지역 의료 안전망 역할도 하고 있다. 생존 국가유공자가 줄어드는 만큼 보훈병원이 향후 지역 공공기관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월 1일은 국군의날이다. 현역 군인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없나. “2014년 현역 군 장병 의료지원 협약을 체결한 이래 현역 군인은 보훈병원 이용 시 본인부담금의 30%를 감면받을 수 있다. 이 역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10년 이상 현역 복무한 장기 복무 제대 군인은 본인부담금의 50%가 감면된다. 이는 오랜 기간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합당한 예우다.”
―국가유공자 예우 문화 확산도 중요하다. “지역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아이들이 보훈요양원을 방문해 국가유공자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그림을 그리는 등의 시간을 통해 아이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존경심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단 내 보훈교육연구원은 아이들을 비롯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보훈 의식을 확산하기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지역 예술 문화 단체와의 협력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국악, 클래식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보훈 시설을 찾아 재능 기부를 하는 방식이다. 전국 6개 보훈병원과 8개 보훈요양원이 각 지역 보훈 문화 확산을 위한 거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6·25전쟁 참전유공자 중 생존자는 8월 기준 2만9425명이다. 2019년 12월 약 9만 명이었던 이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보훈병원 내원 참전유공자는 24시간 전문 간호 서비스가 제공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공단은 이 서비스가 적용되는 병상을 확충해 현재는 2020년 대비 50% 가까이 늘렸다. 더 많은 참전유공자가 보호자가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돼도 편안한 입원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오랜 투병 생활로 지친 유공자와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호스피스 완화 의료 전문 병동도 운영하고 있다. 미술, 원예 등 전문 강사 수업은 물론 위로 편지 발송 등을 통한 정신 돌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영예로운 삶의 마지막을 위해 품격 높은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30일로 이사장 취임 1주년이 되는데…. “보훈 의료복지 서비스의 품격 제고에 역점을 두겠다. 고령화된 국가유공자들 특성에 맞춘 맞춤형 의료 및 요양 시스템을 더 고도화할 것이다. PTSD 등 정신적 상처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의료서비스를 완성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예우를 다하려 한다. 준보훈병원 제도 정착과 위탁병원 확대를 통한 의료 네트워크 완성으로 국가유공자들이 전국 어디에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 국가유공자들이 진정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국 보훈병원과 보훈요양원을 거점으로 지역 사회와 유공자들의 소통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 보훈 의료시스템을 세계 최고 시스템으로 평가받는 미국 보훈 의료시스템 못지않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관련해 연구 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과제들을 잘 수행하며 시대 변화에 맞는 혁신을 추진하되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라는 원칙만은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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