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산망 마비 첫 평일 곳곳 혼란
직접 서류 받으려 민원실 대기행렬
공무원 행정업무 시스템 먹통에, 팩스로 문서 보내… “20년전 같아”
전소된 시스템 재가동 4주 걸릴듯
‘접수 중지’ 써붙인 우체국 우편 서비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우체국의 우편 서비스가 마비됐다가 일부 재개된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 착불소포, 신선식품 등을 접수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창구 방문을 통한 일반 편지와 소포, 국제우편 등 우편물 접수는 가능하지만 신선식품을 비롯해 미국행 EMS 등은 당분간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가 발생한 후 첫 평일을 맞은 29일 일부 시스템이 긴급 복구되면서 ‘민원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현장 곳곳에선 혼란스러운 모습이 이어졌다. 정부 내부 행정 업무 시스템도 먹통이 되면서 공무원들의 업무 처리 방식도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갔다.
이날 오전부터 전국 관공서에는 마비 상태인 전산망 대신 직접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유치원 교사 최모 씨(33)는 출산 전 검사비 지원을 받기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주민등록등본을 떼러 인천 남동구청 민원실을 찾았다. 하지만 길게 늘어선 대기줄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최 씨는 “예산 소진 시 검사비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최대한 빠르게 서류를 떼야 하는데, 마음만 급해진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이모 씨(32)는 “사업 계약상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주말 내내 발급이 안 돼 (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청을 찾은 회사원 김모 씨(27)도 “주말에 정부24 사이트가 마비돼 관련 서류를 발급받으러 연차를 쓰고 구청을 찾았다”고 말했다.
정부 내부 행정 업무 시스템도 먹통이 되면서 공무원들은 수기(手記)로 결재를 처리하고 팩스로 문서를 보내는 방식으로 업무를 소화해야 했다. 해양경찰청에선 수기 방식 문서 결재가 이뤄지고 있다. 한 해양경찰관은 “직원이 상급자나 다른 부서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결재를 받는 모습이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하다”고 했다. 한 중앙 부처 공무원은 “내부 메신저랑 메일 시스템이 먹통이 되며 부서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동식저장장치(USB 메모리)를 들고 다니면서 타 부서 자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정부 부처 관계자도 “결재는 물론이고 주요 민원인의 민원 내용까지 수기로 받고 있다. 혹시라도 상사가 부재중이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9일 오후 10시 기준 화재의 영향으로 마비됐던 647개 시스템 중 복구된 것은 81개(12.5%)에 그쳤다. 행정안전부는 전소 피해를 본 96개 전산 시스템을 국정자원 대구 분원으로 옮길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 전소된 시스템이 재가동되려면 한 달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재 행안부 1차관은 “정보자원 준비에 2주, 시스템 구축에 2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구 센터 입주 기업의 협조하에 최대한 일정을 당기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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