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환자, ‘이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세계 첫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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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F2 유전자, 희귀질환 발병 관련”…세계 최초 규명

뉴시스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면역결핍, 발달장애, 림프종을 겪던 한 환자와 가족이 16년 만에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찾았다.

채종희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와 김근필 중앙대 생명과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BRF2 유전자’가 희귀질환 발병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원인이 불명확해 진단과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치료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향후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BRF2는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생존하는데 꼭 필요한 유전자다. 다른 유전자들과 함께 적용해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셀레노시스테인 tRNA(SeCys tRNA) 생성을 유도한다. 이 tRNA를 기반으로 합성된 단백질들은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을 막고, 세포 산화·환원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BRF2 변이에 대해서는 그동안 연구가 드물었고, 이 변이를 이용한 치료 가능성도 제시된 적이 없었다.

연구팀은 선천적 면역 결핍, 다기관 기형, 지적 장애, 림프종 등 복합적인 증상을 보였던 한 소아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세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환자에는 부모로부터 각각 다른 BRF2 변이를 유전받은 상염색체 열성(부모로부터 각각 다른 변이를 물려받은 형태)의 돌연변이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3차원 구조 분석과 단일세포 RNA 시퀀싱을 통해 해당 변이가 세포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그 결과 BRF2 변이는 유전자 복합체 형성을 방해해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SeCys tRNA를 감소시켰다. 이로 인해 환자의 말초혈액 내 특정 세포군에서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항산화 단백질(GPX4, GPX1 등) 발현이 크게 줄어들었고, 세포가 활성산소에 취약해졌다.

연구팀은 이 과정이 면역 기능, 발달, 유전체 안정성까지 연쇄적인 문제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추가 실험을 통해 손상된 세포에 항산화물질(셀레늄)을 보충한 결과 GPX4 단백질 발현이 유의미하게 회복됐다. 이 결과는 BRF2 관련 질환의 약물적 개선 가능성을 보여준다.

채종희 서울대병원 교수(임상유전체의학과·소아청소년과)는 “이번 연구는 미진단 희귀질환 연구의 중요성과 가치를 보여주는 성과”라며 “의사와 생명과학자가 환자와 가족과 함께 오랜 시간 탐구한 끝에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표적물질을 찾아내 희귀질환 극복에 작은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분자·세포 치료 분야의 국제 저널 ‘분자치료’(Molecular Therapy) 최근호에 게재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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