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 자영업빚에 파산 골치… “정부 나서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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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의 늪에 빠진 자영업자] 〈중〉 해외 과잉채무 대응은
빚 갚는 개인회생 대신 탕감 선택… 개인파산 늘어 12년만에 최고치
英, ‘부채 구제명령’ 통해 채무 면제… 佛도 부분 감면-상환연장 제도 운영

7월 21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의 옷파마역 일대 상점가에 문을 닫은 점포들이 줄지어 있다. 현지 주민은 “코로나19 때 점포들이 하나둘 문을 닫더니 이후로도 영업 재개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했다. 
요코스카=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7월 21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의 옷파마역 일대 상점가에 문을 닫은 점포들이 줄지어 있다. 현지 주민은 “코로나19 때 점포들이 하나둘 문을 닫더니 이후로도 영업 재개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했다. 요코스카=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개인 파산 급증 경고음 커진 日

일본에서 개인의 ‘부채 버블’이 부풀어 오르며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개인 파산자는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빚을 돌려막는 다중채무자도 14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단계적으로 빚을 갚는 ‘개인회생’보다 총액을 탕감받는 ‘개인파산’으로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도덕적 해이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늘어난 채무자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단 지적도 나온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자영업자 등이 포함된 개인 채무 증가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각국의 다양한 채무자 구제 제도와 문제, 한국이 참고해야 할 점 등을 짚어 본다.》

“개인파산의 늪에 빠졌다.”

최근 일본에선 다중채무자, 이른바 ‘빚 돌려막기’를 하는 채무자들이 급증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을 빗대어 이 같은 표현을 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회적 위기감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유관기관 대책 회의를 갖고 대응에 나섰지만, 구조적 문제점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가계의 ‘부채 버블’이 점차 커지면서 일본 경제와 사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올 5월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증가한 개인 대출이 2022년 이후 32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대금업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평균 가계부채는 655만 엔(약 6100만 원·2023년 기준)으로, 평균 연봉인 459만5000엔(약 4300만 원)을 훌쩍 웃돈다. 여기에 고물가, 저임금, 고금리의 ‘삼중고’가 이어지며 채무자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본에선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채무자와 파산 증가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日 12년 만에 ‘개인파산자’ 최고치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말 일본의 개인파산 신청자가 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8만2668명이 개인파산을 신청한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다. 채무 상담을 진행하는 한 시민단체 사무국장은 도쿄신문에 “물가는 뛰는데 수입은 감소하거나 제자리”라며 “모바일 등 대출 방법이 간편해진 것도 빚이 느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본 정부는 다중채무자 대책 회의를 열었다. 다중채무자는 3곳 이상의 대부업체들로부터 돈을 빌린 이로, 2021년 114만 명에서 지난해 140만 명으로 늘었다.

일본에서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택하는 길은 크게 ‘개인파산(자기 파산)’ 또는 ‘개인회생(개인 재생)’이다. 개인회생은 소득이 있는 사람이 일부 채무 변제 후 나머지를 면책받는 갱생형 제도. 이에 비해 개인파산은 소득이 없는 사람이 재산을 청산한 후 100% 면책받는 청산형 제도다.

일본 사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개인파산은 7만8215건으로, 개인회생(9440건)보다 8배 이상 많았다. 한국에서 개인파산이 개인회생의 3분의 1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다. 일본에서 개인파산 신청자가 많은 건 개인회생의 경우 매달 안정적인 수입을 증명해야 하는 등 상대적으로 신청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파산은 개인회생에 비해 절차가 간단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또 변호사 등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면 일반 직장인에게 해고나 취업 제한 등의 불이익도 없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 등에선 “힘들게 돈을 갚기보다 빚 탕감을 노린 개인파산을 유도하는 잘못된 정책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英-佛도 채무자 구제 제도 적극 도입

유럽에서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을 포함한 개인 채무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구제 제도를 내놓고 있다.

영국의 ‘부채 구제명령(DRO·Debit Relief Order)’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2009년 DRO를 도입해 감당하기 힘든 빚을 진 채무자가 개인파산으로 가지 않고, 채무를 면제받도록 하고 있다. 채무자가 공인 중재 기관을 통해 신청하면 1년간 채권 추심이 중단되고, 잔여 채무가 면제된다. 특히 이 제도는 문턱을 낮춰 실효성을 높였다.

프랑스는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를 진 사람들을 위해 ‘과잉채무 제도(Surendettement)’를 운영하고 있다. 채무자가 프랑스 중앙은행 지점에 신청하면 산하 위원회가 상환 능력 등을 판단해 채무 일부 탕감, 상환 기간 연장(최대 7년), 금리 인하 등 조정안을 마련해준다. 프랑스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약 13만 명이 신청해 약 35%가 부채 완전 탕감, 약 43%가 채무 부분 조정 조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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