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카메라 해킹으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 캡처 화면. 술집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두 남녀가 대화하는 모습이 담겼으며, 일부 누리꾼이 아이돌 멤버라고 추측해 논란이 일었다. 사진출처 ‘X’
최근 술집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남녀가 대화를 나누는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영상 속 인물이 아이돌 그룹 멤버라고 주장했고, 소속사 측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파장이 커졌다. 문제의 영상은 IP 카메라(인터넷 프로토콜 카메라)가 해킹돼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해킹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IP 카메라를 통한 해킹에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아이돌 술집 영상’ IP카메라 해킹 추정
지난달 2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술집 내부로 보이는 공간에서 남녀가 나란히 술을 마시고 대화하는 영상이 급속도로 퍼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영상 속 인물을 특정 아이돌 멤버라고 지목했다.
영상은 IP 카메라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해킹을 통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지목된 아이돌 소속사 측은 “현재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유출·유통되는 영상을 확인했다”며 “수집된 모든 증거를 법적 절차에 따라 활용하고, 어떠한 합의나 선처도 없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IP 카메라는 인터넷에 연결해 PC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영상을 저장·시청할 수 있는 네트워크 카메라다. 노트북, 로봇청소기, ‘홈캠’ 등 다양한 기기에 활용되며, 특히 아이나 반려동물을 실시간으로 살피기 위해 가정에서 많이 사용된다. 편리성 덕분에 급속히 보급됐지만, 외부망과 차단된 폐쇄회로(CC)TV와 달리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구조라 해킹 위험에 노출돼 있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일반 CCTV는 해킹이 어렵다”며 “최근 불법 유통되는 영상의 상당수는 IP 카메라가 해킹돼 촬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렇게 유출된 영상들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널리 퍼져 유통되거나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1일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IP 카메라 해킹 영상이 특정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글과 함께 링크와 캡처본이 공유돼 있었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보니 국내 코인노래방, 가정집, 무용 스튜디오 등에서 찍힌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었으며, 일정 금액을 결제해야 전체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아이돌 술집 영상’ 역시 ‘IP카메라, 대한민국, 도촬’ 등의 키워드와 함께 유료 게시물로 올라와 있었다.
● 사이버보안 신고 1년 새 15%↑
IP 카메라 해킹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지만 관련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의 알몸이 찍혔다는 등 사생활 침해 위험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로 한 20대 남성이 2021년부터 1년간 7000여 차례에 걸쳐 가정집에 설치된 IP 카메라를 해킹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영상을 저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사이버 침해사고 신고 건수는 103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99건)보다 15% 이상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추이를 보면 2023년 상반기 664건, 하반기 613건, 지난해 하반기 988건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IP 카메라 보안 강화 대책’을 내놓고,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제조·정식 수입 제품에는 보안 수준이 높은 비밀번호를 기본 설정하도록 의무화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과 더불어 IP 카메라 해킹 피해까지 늘고 있는 만큼, 해외처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일본은 특별법을 통해 초기 비밀번호 사용 시 관리자에게 직접 경고를 주고, 유럽연합(EU)은 사물인터넷(IoT) 보안 인증을 받은 제품만 쓰도록 하고 있다”며 “개인 역시 복잡한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등 기본적인 보안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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