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식 헌법소원’ 5년간 3명이 3771건 청구…본안 회부는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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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4년 헌법소원 전체 1만3821건 중 30% 남발
與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발의에 ‘재판 지연’ 우려 제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2025.4.17/뉴스1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2025.4.17/뉴스1
최근 5년간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헌법소원 가운데 30%에 달하는 3771건이 특정 세 사람에 의해 청구된 것으로 확인됐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구제받는 최후의 수단인데 특정인의 남용으로 정작 구제받아야 하는 다수의 일반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헌법재판소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2020~2024년) 특정 3인의 헌법소원 신청 건수’ 자료에 따르면 전체 1만3821건 가운데 3771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세 사람은 한 해 평균 약 754건, 하루 평균 약 2건의 헌법소원을 내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권 모 씨는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권 씨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정당한 재심 사유 없이 ‘묻지마 식’으로 총 1484건의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2위는 또 다른 서울 거주자 60대 남성 서 모 씨로 1171건의 헌법소원을 냈다. 서 씨는 법원에 판사 기피을 신청하고 해당 기피신청이 기각되면 판결문에서 기각 사유를 적지 않았다는 것을 꼬투리 잡는 방식을 반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경남에 사는 50대 남성 김 모 씨는 지난해 145건의 헌법소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김 씨는 본인과 무관한 법률로 기본권 침해를 받았다면서 헌법소원을 내고 각하되면 그 각하결정에 대해 반복해서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최근 5년간 상위 3인이 청구한 헌법소원 중 본안심판에 회부된 건은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모두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본격적으로 심판에 회부되기 전에 사전 심사 단계에서 ‘부적법 각하’ 됐다.

이 같은 헌법소원 남소자들로 인해 정작 헌법재판소 판단이 필요한 국민들이 제때 판단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재판소 심판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20년 640.8일, 약 1년 9개월에서 2024년 724.7일, 약 2년으로 5년 새 84일이 지연됐다. 미제사건도 2020년 1312건에서 2024년 1401건으로 89건이 늘었다.

더욱이 서 씨의 경우 헌법소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584건에 국선대리인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돼 헌법소원 남소자에 의한 국선대리인 오남용 우려마저 나온다. 통상 국선대리인은 청구인이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거나 청구인이나 그 가족의 경제능력 등 제반 사정에 비춰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기 어려운 경우 신청하게 돼 있다.

송 의원은 “헌법소원을 악용하며 사법적 판단을 무력화시키거나 오히려 선량한 국민들의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 대법원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데 여기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문구를 삭제하는 게 골자다.

헌법재판소 측은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법원은 헌법상 근거가 없으며 헌법소원 남소로 재판 지연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2025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4만4187건에 달한다. 이 사건들에 대해 헌법소원이 인정될 경우 한 해 평균 2700여 건인 헌법소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헌법재판소가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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