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이상근 고성군수와 고성군, 경남도 관계자들이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SK오션플랜트 모회사 SK에코플랜트는 디오션 컨소시엄을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가운데 지역 사회는 매각 시 지역 경제와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경남 고성군 동해면에 있는 해상풍력 전문기업 SK오션플랜트를 신생 사모펀드 컨소시엄이 인수하려 하자 지역사회가 우려하고 있다. 경남 미래 전략산업의 핵심인 1조 원 규모의 해상풍력 기회발전특구 조성 사업이 표류하는 등 지역경제계와 산업생태계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 업계와 경남도 등에 따르면 SK오션플랜트의 모회사인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1일 보유 지분 약 37%를 매각하기 위해 ‘디오션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했다. 디오션자산운용은 지난해 3월 설립된 자본금 26억 원 규모의 신생 운용사다. 디오션 컨소시엄이 지분 전량을 인수하게 될 경우 SK오션플랜트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매각 추진 소식에 지역사회는 “지역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 고성 풍력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동력을 잃고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SK오션플랜트는 경남 고성군 동해면 양촌·용정일반산업단지 일원에 약 1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기지를 구축 중인 앵커 기업이다. 해당 부지는 올해 6월 경남 제1호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돼 도와 고성군, 지역사회가 함께 산업생태계 조성을 추진 중인 곳이다. SK오션플랜트는 내년 9월 산업단지 부지를 완공하고 2027년까지 상부 설비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6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고성군은 매각 결정을 신중히 재검토하거나 중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SK오션플랜트의 직접 고용 인원은 700여 명으로 협력사 종사자를 더하면 약 2000명에 달한다. 여기에 산업단지 완공 시 신규 200명, 협력사 3400명의 추가 고용이 기대되는 곳으로 매각설로 이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이상근 고성군수는 2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고성군과 군민은 SK오션플랜트를 지역 도약의 마중물로 믿고 함께 걸어왔다”며 “이번 매각 추진은 기업의 경영 판단을 존중하더라도 반드시 지역경제 발전과 기업의 지속 성장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도 역시 매각 추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매각이 진행될 경우 추가 투자에 차질을 빚는 등 불확실성과 주민 불안이 커진다는 것. 경남도 관계자는 20일 “근로자 고용 승계와 협력업체 계약 유지가 불확실해지고 상부시설 등 50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며 “기업 경영상 판단이 지역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남도와 고성군은 향후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채권단, 투자자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기회발전특구 조성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지역 일자리와 산업생태계가 보호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