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왼쪽)이 지난달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의료법 개정 건의안을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의사회 등 서울 지역 4개 의약단체가 이른바 ‘사무장 병원’과 ‘면대(면허 대여) 약국’으로 불리는 불법 의료기관 개설을 막기 위해 병·의원과 약국 개설 시 관련 단체를 경유하도록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시의사회,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 서울시약사회 등 서울 지역 4개 의약단체는 13일 공동으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법과 약사법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현재 병·의원 등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의사, 약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이 시장, 군수 등 행정기관에 직접 개설 신고를 하거나 허가를 신청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서류 요건만 충족하면 행정기관이 개설 신고를 수리하거나 허가하게 돼 사무장 병원과 면대 약국 개설이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무장 병원과 면대 약국 등 의료인의 면허를 사실상 대여해 개설된 불법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불법 의료기관에서 환수한 금액은 총 9214억 원에 이른다. 이 중 불법 병의원 환수 금액은 4974억 원, 불법 약국 환수 금액은 42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무장병원 등 불법 의료기관은 환자 치료보다도 수익 극대화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커 환자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4개 단체는 “의료법과 약사법을 개정해 의료인이 병·의원과 약국을 개설할 때 지역 의사회 등 관련 단체를 경유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의사회는 이를 검토해 시장이나 군수 등 행정기관에 개설 자격에 대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인이 의사회 등에 개설 신고나 허가 신청 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경우 행정기관이 허가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통해 무자격자나 적절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허가 신청 이전 단계에서부터 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개설 예정자는 허가 신청 전에 의료법규, 의료윤리 등이 포함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전에 사전에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개설 신고나 허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육은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 등 각 직역단체 중앙회에서 주관하고, 지부 또는 분회에서 실제 교육 과정을 운영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현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료법과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의료기관 개설 단계에서부터 의사회가 개입해 개설 자격을 검증함으로써 불법 사무장병원 등 비윤리적 의료기관 개설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단체가 개설 단계부터 관여하는 이번 제도는 불법 의료기관 개설을 사전에 차단하고, 의료의 투명성과 윤리를 높이는 실질적 대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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