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애인 사업에 2조 투입
자동문 설치 휠체어 접근성 높여… 자치구 ‘장애인 친화 미용실’ 확대
2030년 점포 8000곳에 경사로… 방문 목욕-생활체육교실도 진행
18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장애인 친화 미용실’에서 시각장애인인 양정희 씨가 머리 손질을 받고 있다. 장애인 친화 미용실은 장애인의 이동·이용 편의를 고려한 맞춤형 시설을 갖춘 공간이다. 은평구 제공
“사고로 쓰러진 지 6년 만에 용기를 내 파마하러 왔어요.”
18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역촌동의 ‘장애인 친화 미용실’. 중증 시각장애인 양정희 씨(67·서울 은평구)는 설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던 그는 사고로 우측 신체 마비까지 얻었다. 양 씨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출입구 경사로를 따라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붉은 패딩을 벗자 미용실 안소영 원장(62)은 “추우실 텐데 이걸 입으세요”라며 자신의 털 조끼를 건넸다. 파마를 마친 양 씨는 새 헤어스타일을 손끝으로 여러 차례 만져보고는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올게요”라며 웃었다.
장애인 친화 미용실은 장애인의 신체·감각 특성을 반영해 설계된 공간이다. 출입구에 경사로와 자동문을 두고, 발달장애 등 소리에 민감한 이용객을 위해 저소음 이발기를 사용한다. 활동 범위가 큰 장애인을 고려해 일반 가운보다 두 배가량 큰 가운을 비치하는 등 장비 구성도 일반 미용실과 다르다.
● 장애인 편의성 높이고 비용 부담도 줄여
서울 각 자치구는 금전이나 의료 중심의 기존 지원을 넘어 장애인이 거주지 인근에서 일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장애인과 지역사회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평구는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자치구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된 뒤 올해 5월부터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운영해 왔다. 여기에 9월 1일 추가 협약을 맺어 역촌동 녹번동 응암동 등 총 8곳으로 확대했다. 이달부터는 관내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월 1회 미용 요금을 1만5000원으로 낮추는 감면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다른 자치구들의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도봉구는 8월 동별 1곳씩 총 14개 미용실과 장애인 친화 협약을 체결했고, 관악구도 7월 23일 관내 5곳을 지정했다. 강서구는 이달 7일 약국, 빵 공방, 헬스장, 카페 등 49곳을 ‘강서 마음길 상점’으로 선정했다. 이 상점들은 출입구 경사로 설치, 그림·사진 기반 대체 의사소통판 비치 등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인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방문 기반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구로구는 ‘자치구 특화 돌봄 SOS 서비스’ 공모에 선정돼 4월부터 방문목욕 서비스를 시작했다. 목욕 설비가 갖춰진 차량이 집 앞까지 이동해 혼자 씻기 어려운 주민의 목욕을 돕는 방식으로, 고령 장애인과 중증 장애인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장애인 일상활력 프로젝트’에 2조 원 투입
서울시는 9월 ‘2530 장애인 일상활력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장애인의 이동권·여가권 확대에 나섰다. 생활 밀착형 소규모 점포 8000곳에 2030년까지 출입구 경사로 설치를 지원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향신호기도 2030년까지 모든 건널목에 설치할 계획이다.
문화·체육 접근성도 강화된다. 장애인이 일상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어디서나 장애인 생활체육교실’을 현재 200곳에서 300곳으로 늘리고, 17개 시립공연장에서는 음성해설, 자막 등을 제공하는 배리어프리 공연을 정례화한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매년 약 3400억 원씩 총 2조 원을 투입해 장애인의 일상 속 장벽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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