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의 한 제조회사에서 초코파이와 카스타드 등 1050원어치 간식을 먹은 혐의로 기소된 보안업체 직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 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은 소액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27일 김모 씨(41)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는 완주군의 한 제조회사 보안 협력업체 직원으로, 지난해 1월 18일 새벽 4시 6분경 회사 2층 사무실 냉장고에 보관돼 있던 초코파이(450원) 1개와 카스타드(600원) 1개를 꺼내 먹은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냉장고는 사무공간과 탁송 기사 대기 공간 인근에 설치돼 있었으며, 주로 심야시간대에 탁송 기사들이 이용하는 공간이었다.
1심 재판부는 냉장고가 사무공간에 위치한 점, 탁송 기사들이 임의로 접근할 수 없는 구조였던 점 등을 근거로 절도 혐의를 인정해 벌금 5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기존 판단과 달리 당시 현장의 실제 이용 관행과 근무 환경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심야 시간대에 근무하던 탁송 기사들이 사무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냉장고에 비치된 간식을 자유롭게 먹는 관행이 있었고, 보안업체 직원에게 간식을 건네거나 ‘가져다 먹으라’고 권유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냉장고가 완전히 출입이 통제된 공간에 위치했다고 보기 어렵고, 접근 금지를 명확히 알리는 별도의 안내 표시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항소심에서는 과거 해당 업체의 탁송 기사로 근무한 증인이 법정에 출석해 “새벽 시간대에는 사무직원이 출근하기 전에 냉장고에 미리 간식이 준비돼 있었고, 탁송 기사들이 자유롭게 먹었다”고 증언했다. 또 보안업체 관계자 역시 “순찰 과정에서 냉장고의 음료나 간식을 먹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직접 회사 직원으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았더라도, 당시 근무 환경상 탁송 기사들이 간식을 제공하거나 허용할 권한이 있다고 오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절취한다는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무죄 판결로 김 씨는 형사처벌 전력에서 벗어나게 됐으며, 벌금형 확정 시 경비업법상 결격 사유로 직장을 잃을 위기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한편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선고유예’를 구형한 바 있다. 앞서 검찰은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었고, 다수 위원이 선고유예 의견을 제시하자 이를 받아들여 구형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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