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상자 490만명 15년새 최다
만료 앞두고 몰려 시험장 북새통
내년부터 생일 전후 6개월로 변경
24일 오전 연말에 정기적성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경기도 용인운전면허시험장이 붐비고 있다. 용인=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아무리 길어도 1시간이면 될 줄 알았는데, 이미 1시간이 지났고 아직도 내 앞에 대기자가 400명이다. 앞으로 3시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1종 대형면허 갱신을 위해 24일 낮 12시경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1층 민원실을 찾은 마신천 씨(54)는 대기번호가 적힌 종이와 전광판을 번갈아 보며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에 도착했지만 1시간이 넘도록 접수창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는 “점심은 커녕 오후 약속도 모두 취소했다”면서 “오래 기다린다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연말을 맞아 전국 운전면허시험장에 면허를 갱신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며 이른바 ‘면허 갱신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기한 내 갱신하지 않으면 1종 3만 원, 2종 2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보통 연말이 기한인 경우가 많다. 이날 기자가 찾은 서부시험장에는 오전부터 400여 명이 줄을 섰고, 오후 들어 대기 인원은 450명 안팎까지 늘었다. 실내 의자는 일찌감치 만석이 됐고, 공간이 부족해 추운 날씨에도 건물 밖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회사 점심시간을 쪼개 시험장을 찾았다는 직장인 임현상 씨(40)는 결국 급히 반차를 신청했다. 대기번호 1040번을 받은 임 씨는 “1시간 동안 빠진 인원이 120명 정도에 불과해 회사 복귀는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30분 정도면 될 줄 알고 왔는데 아직도 내 앞에 300명 넘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시험장 입구에서 편의점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던 이모 씨(58)도 “주차장이 만차여서 차를 세우는 데만 한참 걸렸다”며 “식당에 갈 여유도 없어 점심을 대충 해결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강남운전면허시험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낮 12시 기준 368명이던 대기 인원은 오후 2시 519명까지 늘었다. 이런 혼잡은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전국 곳곳의 면허시험장들이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24일 전남 나주 한국도로교통공단 전남운전면허시험장이 면허 갱신 하려는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나주=박영철 기자/skyblue@donga.com이 같은 혼잡은 예견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5년 운전면허 갱신 대상자는 약 490만 명으로 최근 15년 사이 가장 많다. 지난해(약 390만 명)보다 100만 명가량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까지 갱신을 마친 인원은 전체의 약 37%(180만 명)에 그쳤다. 경찰청이 이른 갱신을 안내했지만, 약 300만 명에 달하는 대상자가 하반기, 특히 기한이 만료되는 12월에 집중되면서 시험장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운전면허 갱신 시점을 운전자 생일을 기준으로 앞뒤 6개월 이내로 넓히는 제도 개선이 시행될 예정”이라며 “연말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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