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폭력난입 사태]
법원행정처장 법사위 출석해 밝혀
조직적인 폭력 난입 가능성 지적… “6억~7억 피해 손배 청구할 것”
대법관회의 “법원 공격, 법치 부정”… 경찰 “유튜브 세력 등 배후 수사중”
“7층에 있는 판사실 중에서 유독 영장판사 방만 의도적으로 파손되고 그 안에 들어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봐서 이런 부분을 알고 오지 않았는가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소화기를 던져서 법원 유리창과 집기들을 부수고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으려 했고, 7층까지 올라간 것으로 확인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 구속에 반발한 시위대가 일으킨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가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조직적 범죄일 가능성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가운데)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서부지법 폭력난입 사태’ 긴급 현안질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천 처장은 “7층에 있는 판사실 중에서 유독 영장판사 방만 의도적으로 파손되고 그 안에 들어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불법 시위대가) 알고서 오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 천 처장, 이완규 법제처장.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천대엽 “불법행위 가담 전원에 손해배상 청구”
이날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입수한 법원의 ‘서울서부지방법원 사태 경과보고서’에 따르면 19일 오전 3시 7분경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들은 지지자들이 서부지법 내부로 들이닥쳤다. 이들은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와 소화기 등으로 유리창을 깨면서 영장 발부 판사를 찾아 다녔다. 법원 직원 10여 명은 1층에서 음료수 자판기 등으로 문을 막고 대응했으나 곧 현관이 뚫려 옥상으로 대피했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 사무실은 7층이 아닌 9층에 있었다. 차 부장은 법원 난입 전에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번 폭력 난입 사태로 인한 피해액을 약 6억∼7억 원으로 추산했다. 외벽 마감재와 유리창, 셔터, 폐쇄회로(CC)TV 저장장치, 출입 통제 시스템, 책상, 조형 미술작품 등이 파손됐다. 천 처장은 “신체적 상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그로 인해 생긴 정신적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는 법원에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천 처장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냐’는 질의에 “철저한 추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느냐’는 질문엔 “불법행위에 가담한 사람들 전원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여야는 법원 폭력 난입 사태에 내란죄 적용을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배형원 법원행정차장은 ‘(서부지법 난입사태가) 폭동 맞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이에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시위대를) 내란죄로 다스려야 한다”며 “조직, 배후 세력, 기획자를 다 조사하고 가담한 선전·선동한 자를 다 찾아내서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함부로 공범처럼 얘기하거나 또 근거 없는 배후설이나 책임론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대법원은 조희대 대법원장 주재로 대법관 회의를 연 뒤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하여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폭력적 수단을 동원하여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는 입장문을 내놨다.
● 野, 전광훈 등 극우 유튜버 수사 촉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행안위 긴급 현안질의에서 최근 ‘국민 저항권’을 주장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일부 극우 유튜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촉구했다. 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전 목사를 언급하며 “법원을 침탈한 행위가 국민 저항권이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중대한 불법행위”라고 답했다. 송원영 국가수사본부 공공범죄수사과장도 “현재 보수 유튜브 세력 등에 대해서 배후 수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야당은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경호처장 직무대행)과 관련한 ‘황제 경호’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경남) 진해에 (윤 대통령 부부가) 휴가를 갔는데 김건희 여사가 ‘회는 바다에서 작살로 잡은 생선이 피가 빠지니까 맛있다’라고 하니 김 차장이 진해 활어집에서 산 생선을 가두리에 가두고 바다에서 작살로 잡는 걸 찍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여사는 ‘멋있다’고 했다고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이 거론한 휴가는 2023년 8월 윤 대통령 부부의 여름 휴가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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