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52일만에 석방]
법원 구속취소 27시간뒤 석방 결정
대검 “즉시항고, 위헌 가능성” 결론… 수사팀 “尹만 ‘날’ 아닌 ‘시간’ 계산”
재판서 산정 방식 등 다투기로 합의… 尹측 공소기각 주장 가능성도 대비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 지휘를 두고 대검찰청 지휘부와 수사팀이 큰 의견 차를 보였던 것으로 9일 파악됐다. 대검은 “일단 석방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던 반면, 수사팀은 “즉시항고 해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 등 불복 절차는 밟지 않기로 하고 향후 형사재판에서 구속 기간 산입 방식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 등을 다투기로 했다.
● 27시간여 만에 석방 지휘… 과거 헌재 결정 등이 ‘부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와 대검찰청은 8일 오후 5시 20분경 각각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석방지휘서는 그보다 앞선 5시 15분경 교정당국에 접수됐다고 한다. 법원이 7일 오후 2시경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지 약 27시간 15분 만에 석방 지휘가 이뤄진 것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이 나온 7일 이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 즉시항고를 하면 구속 취소 집행이 정지돼 구속 상태가 이어진다. 하지만 윤 대통령 사안의 경우 검찰이 즉시항고 등 불복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원의 결정에 따라 석방 지휘했다.
대검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헌법에서 정한 영장주의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구속 취소와 유사한 성격인 ‘보석’과 ‘구속집행정지’ 결정에서 석방 효력을 막는 검찰의 즉시항고 규정에 대해 1993년과 2012년 위헌 결정을 내렸다. 구속 여부 판단 주체는 법관이라는 것이 우리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인데, 검찰의 즉시항고만으로 계속 구속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이러한 위헌 결정이 구속 취소 즉시항고에도 적용될 가능성 등을 검토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수사의 절차적 흠결 문제 역시 검찰에 부담이 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법원은 전날 구속 취소 결정문에서 공수처의 수사권 논란, 공수처-검찰 간 구속 기간 배분 문제 등을 거론하며 “수사 과정의 절차적 하자가 있을 경우 상급심의 파기 내지 재심 사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향후 공소 유지를 담당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재판 과정에서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택해야 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은 윤 대통령 측이 이번 구속 취소 판결을 계기로 “재판부가 형사소송법 327조 2호에 따라 공소 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다. 해당 형소법 조항은 ‘공소 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 공소 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공수처로부터 송부받은 사건뿐 아니라 경찰이 송치한 내란죄 고발 사건까지 추가 수사해 한꺼번에 윤 대통령을 기소한 것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 수사팀 “잘못된 결정” 반발… 심 총장, 직접 석방 지휘
이 같은 결론이 나오기까지 대검과 수사팀의 의견이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취소 결정 직후 대검 부장급(검사장) 간부들을 소집한 회의에선 ‘불복의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대검 부장들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검찰이 즉시항고 할 경우, 윤 대통령 측이 이를 헌재에서 문제 삼으면 헌재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일단 윤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대검 부장들은 법원이 ‘구속 기간 내에 기소했더라도’ 공수처 수사권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에 추후 위법 수사, 불법 구금 문제가 불거지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데에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부장들의 의견이 빠르게 모이면서 회의는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마무리됐다. 대검은 이날 오후 특수본에 즉시항고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특수본 수사팀은 “법원의 잘못된 결정을 그냥 받아들이는 게 맞느냐. 즉시항고 조항이 형사소송법에 버젓이 살아있기 때문에 항고를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내며 반발했다고 한다. 특수본 내부에선 “왜 하필 대통령 사건만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라는 것이냐. 법원이 관례를 뒤집은 것”이라는 불만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튿날인 8일 새벽까지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대검과 특수본은 오전에 다시 협의를 이어갔다. 의견 대립이 계속되자 심 총장은 이날 오후 직접 특수본에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했고, 수사팀은 대검 방침에 따르기로 했다. 다만 특수본은 “향후에도 수사팀은 같은 의견을 계속 주장, 입증해 나갈 것”이라는 특수본 명의의 입장문을 따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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