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난입’ 첫 재판… 시위대 일부, 반성없이 “검찰의 소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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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집행방해-방화 미수 등 혐의… 10∼60대 피고인 23명 법정 출석
“침입이 아니라 경내 진입” 궤변도… 일부는 혐의 인정 “선처해달라”
법조계 “반성없는 부인, 양형 불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1월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난입해 소화기를 뿌리며 난동을 부리는 모습. 집단 난동에 가담해 기소된 78명 중 23명은 10일 첫 재판을 받았다. 나머지 가담자들은 17일, 19일 등 순차적으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대통령 체포, 구속이 불법이기 때문에 시위대가 공수처 차량을 막아선 것도 공무집행방해가 될 수 없다.”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혐의로 기소된 시위 참가자의 첫 재판이 10일 열렸다. 이날 법정에 선 피고인 23명 중 절반 이상은 이처럼 혐의를 부인했다. 일부 변호인들은 “국민의 저항권은 헌법에 보장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법원을 파괴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국민저항권 행사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성 없이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결국 양형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 ‘난입’ 시위대 일부 “검찰의 소설” 혐의 부인

이날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김우현)는 1월 18, 19일 벌어진 서부지법 난입 사건에서 처음 기소된 63명 중 23명에 대한 공판을 오전과 오후에 걸쳐 진행했다. 1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피고인들은 연두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피고인 수가 많은 탓에 일부 피고인들은 방청석에도 앉았다. 피고인들의 직업은 대학생, 회사원, 자영업자, 치과의사, 약사, 유튜버 등 다양했다.

피고인 23명 중 13명은 이날 공소사실을 일부 또는 전부 부인했다. 법원에 난입해 외벽 타일을 부순 혐의를 받는 이모 씨의 변호인은 “(당시) 어떠한 이유에선지 법원 후문이 개방돼 있었고 경찰 인력이 배치되지 않았다. ‘침입’한 것이 아니고 경내에 들어온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이모 씨의 변호인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이라는) ‘특수’의 조건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변호인은 “피고인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고 기소됐다. 실질적으로 (법원) 후문을 강제 개방한 시민은 극히 일부이며, 나머지 피고인이 후문을 강제 개방했다는 건 검찰의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을 대표해 기자들과 만난 이하상 변호사는 ‘국민저항권’을 언급하며 “무죄를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의 저항권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의해서 보장되고 최후 수단으로 일정력 유형력 행사도 포함된다”며 “반드시 무죄 판결이 선고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들은 피고인들이 수갑을 착용하도록 한 것에 대해선 “공판정에서는 피고인 신체를 구속하지 못하게 하는 형사소송법 규칙 위반”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 법조계 “반성 없는 혐의 부인, 양형 참작 사유”

일부 변호인들은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및 구속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시위대가 공수처 차량을 막아선 것도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한 변호인은 “공수처가 (대통령을) 체포하고 구속한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공무집행 방해 구성 요건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국가기관에 대한 폭력인 만큼, 피고인들은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국민저항권은 국가권력의 폭력적 행위에 적법한 구제 절차가 없을 때 예외적으로 가능한 것”이라며 “법 위반 행위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반성 없이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할 경우 양형에도 참작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판이나 수사에 불복하거나, 그 과정 속에서 폭력과 손괴 등을 하는 행태는 저항권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한 피고인들도 일부 있었다. 보석을 청구한 안모 씨는 “정말 죄송하다. 죽을죄를 졌다”며 3초간 입을 다문 뒤 “선처해 달라”고 말했다. 역시 보석을 청구한 치과의사 이모 씨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 갑자기 구속되면서 병원 등 운영에 실질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법원에 불을 지르려 한 10대 피고인, 일명 ‘투블록남’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7일까지 이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은 총 78명이며, 이 중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건 77명이다. 최초 기소된 63명 중 이날 재판이 열린 23명을 제외한 나머지 24명은 17일에, 16명은 19일에 첫 재판이 열린다.

#서울서부지법#서부지법 난입#재판#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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