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가 지시” 인정한 선관위 軍투입… 헌재, 위헌성 따질듯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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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 가를 핵심 증인들]
〈4〉 선관위 무력화 여부
尹 “부정선거 확인, 시스템 점검 시도”… 부정선거 입증할 증거는 제시 못해
선관위 “투-개표 데이터 조작 불가능”… 국회측 “軍투입 자체가 국헌 문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층 서버실에 들어간 계엄군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 앞의 군인이 서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뒤에 있던 군인이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시도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는 변론 종결 14일째인 11일에도 평의를 이어갔다.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중 가장 긴 숙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헌재가 살피는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선거관리위원회 군 투입’이다.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은 선관위 군 투입의 적법성을 두고 치열하게 다퉈 왔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소규모의 병력만 보내는 등 국헌 문란 목적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회 측은 부정선거 의혹은 실체가 없고, 군 투입 자체가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 尹 측, 부정선거 의혹 입증 못 해

검찰 공소장 등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경 선관위 과천청사에 처음으로 군이 투입됐다. 청사 인근에서 대기하던 국군정보사령부 대원 10명이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진입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가 끝난 지 3분 만이었다. 이들은 선관위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전산실을 폐쇄했고, 다음 날 출근하는 직원들을 체포할 준비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은 5차 변론에서 “제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야기한 것”이라며 군 투입을 자신이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3차 변론에서 “부정선거 의혹 팩트 확인 차원에서 선관위의 시스템만 점검하려 했다”고 했다. 2023년 7∼9월 국가정보원의 선관위 서버 보안 점검 결과 취약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군을 투입했다는 취지다. 이후 변론에서 윤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 정황을 입증하려 했다. 보안 점검을 총괄한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을 7차 변론 증인으로 불러 “취약점이 많고 보안 관리가 부실해 상당히 놀랐다”며 “선거 시스템이 공격받으면 사회 혼란이 초래될 것 같았다”는 증언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백 전 차장은 부정선거를 입증하는 증언이나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그는 ‘해킹 가능성이 부정선거 가능성이 되려면 훨씬 더 어려운 조건들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국회 측 질의에 “저희가 본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선거와 관련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시스템이 침입당한 흔적을 발견했느냐는 질문에도 “점검한 5% 내에선 없었다”고 했다.

반면 국회 측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가짜 투표지는) 제가 보고받기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의 해킹 환경에서는 외부 접속이 가능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투·개표 데이터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증언했다. 선거 땐 지방자치단체가 선거인 명부를 작성해 선관위에 넘기는 만큼, 선관위 서버가 침입당하더라도 교차 검증하면 조작 사실이 금방 밝혀진다는 취지다.

● ‘군 투입 위헌·위법성’ 집중 판단할 듯

법조계에선 헌재가 부정선거 의혹보다는 선관위 군 투입의 위헌·위법성을 집중적으로 심리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법원이 이미 부정선거는 실체가 없다고 법적 판단을 내린 만큼 사실관계로 확정된 선관위 군 투입의 정당성을 집중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선관위를 무력화할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해 왔다. 선관위에 병력을 보낸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5차 변론에 나와 “서버가 PC 한두 개 크기도 아니고 떼어오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서버 탈취 시도를 부인했다. 윤 대통령도 최후진술에서 “일부 소극적 점검 결과 심각한 보안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중앙선관위 전산 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의 병력을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정선거 의혹에 연루된 선관위가 국정원 점검에 비협조적이어서 비상계엄을 선포해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려고 했을 뿐,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무력화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의 지시로 선관위에 군이 투입된 사실 자체가 위헌·위법해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국회 측은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고 하더라도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계엄사가 관여할 수 없다”며 “영장 없이 선관위 내부를 수색한 것은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은 수사를 통해 드러난 물증 등의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탄핵심판에선 선관위에 군을 투입한 행위에 대한 판단이 보다 중점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탄핵심판#헌법재판소#선거관리위원회 군 투입#부정선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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